반갑다, 핀테크 해외송금… 수수료 싸지고 간편해지고

입력 2017-07-07 05:00

주부 김모(51·여)씨는 미국 대학교를 다니는 아들에게 2개월에 한 번씩 200만원 정도의 용돈을 송금한다. 시중은행 창구에서 해외 송금을 하면 환전수수료까지 포함해 4만∼5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수수료가 아까웠지만 은행 말고는 다른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김씨가 이르면 다음 달 개시될 핀테크 업체들의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면 수수료를 2만∼3만원 정도로 아낄 수 있다. 시중은행이 사실상 독점해 온 10조원 규모의 해외송금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핀테크 업체들은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오는 18일부터 해외 송금업무를 할 수 있다. 6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약 40개 업체들이 18일부터 금융 당국 등에 해외송금업 등록 신청을 할 계획이다. 업체들은 시스템 구축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달 중순쯤 실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핀테크 업체들의 무기는 가격경쟁력이다. 시중은행은 100만원 정도를 달러로 송금할 때 송금수수료에 별도의 환전수수료를 더해 3만∼4만원 정도가 든다. 핀테크 송금업체 모인은 환전수수료 없이 1.5% 수준의 송금수수료만 부가하는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업체 대부분이 1∼2%대 수수료가 목표다. 이달 중 출범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아예 수수료를 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내릴 계획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목적으로 아예 역마진을 감수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금 절차도 편리해진다. 모인 서일석 대표는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모바일 앱을 사용한 송금이 은행 서비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업체 머니택은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기존 시중은행의 해외 송금은 2∼3일 정도 걸리는데 핀테크 해외 송금은 10분에서 1일 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다만 한 번에 3000달러 이하, 1년에 2만 달러까지만 핀테크 해외 송금이 가능하다. 업체들은 제한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핀테크를 통한 무료 해외송금 서비스도 등장했다. 미국 스타트업인 서클 인터넷 파이낸셜은 스마트폰 앱을 통한 P2P(개인 간)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영국, 스페인에서 달러, 파운드, 유로 등 3개 화폐의 송금을 국경 간 경계 없이 무료 사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핀테크 업체,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뛰어들면서 외환송금 시장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KEB하나은행은 1만 달러까지 1만원 안팎의 수수료를 받는 모바일 송금 서비스 ‘1Q 트랜스퍼’를 선보여 고객 잡기에 나섰다. 상대방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송금이 가능하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