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6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은 밝은 분위기로 시작됐다. 특히 문 대통령이 세월호 선박을 인양한 중국 국영기업 상하이샐비지의 노고에 감사를 표할 때는 중국 측 참석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우리 측에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회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10명이, 중국 측에선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중산 상무부장 등 9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그러나 ‘북핵 불용’이라는 큰 원칙은 재확인했으나,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선 여전한 온도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에 중국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대북제재의 수위에도 적지 않은 이견이 있는 상태다.
한·중 사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사드 배치 문제다. 문 대통령은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갈등을 상당부분 해소했다. 하지만 중국과는 첫 정상회담 전까지 갈등을 풀 기회를 갖지 못했다. 두 정상은 지난 5월 11일 문 대통령 취임 직후 한 차례 통화를 했을 뿐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 국가주석은 지난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우리는 경제적으로도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외교, 군사, 경제 문제가 얽히면서 ‘원 포인트’ 해법이 불가능한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이다.
북핵 접근법도 차이가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동결→핵 폐기 구조의 2단계 프로세스를 강조하고 있다. 국제사회 공조 아래 단계별 보상을 제시해 북한의 영구적 핵 폐기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북한의 선(先)조치, 국제사회의 후(後)보상 방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국 설득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사드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에 소요되는 약 1년의 시간이 중국을 설득할 ‘골든타임’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는 11월에는 시 주석의 ‘집권 2기’를 알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린다. 시 주석이 안정적인 리더십을 확보한다면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폐기 방안으로 ‘쌍중단·쌍궤병행’ 구상을 재확인했다. 북한 핵 개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쌍중단),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의 병행 추진(쌍궤병행) 방안이다. 우리의 2단계 프로세스와 달리 남북의 조건별 동시실행을 내건 것이다. 이 경우 대북 주도권을 우리가 쥐겠다는 의미로 문 대통령이 내세운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베를린=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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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中 사드 벽 넘나… 한·중 정상 첫 만남
입력 2017-07-06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