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무력시위로 맞대응하면서도 대화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의지는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북 압박과 제재, 대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계적·포괄적으로 북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북한의 ICBM 도발이 미·중 간 틈을 급격히 벌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대북 군사옵션과 독자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중국의 협력을 압박하고 나섰다. 중국은 대화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러시아와 함께 반미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미·중 사이엔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배치라는 뇌관도 존재한다.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 ‘운전석’에 앉아 두 강대국 사이에서 적절한 외교를 펼칠 만한 여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만찬 회담에서 “북한의 도발을 멈추기 위해 국제적으로 더욱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결국엔 북핵 문제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출국 전 한·미 연합 미사일 사격훈련을 지시하면서 이 훈련이 무력시위라는 점을 명확히 발표하라고 했었다. 이후 독일에 도착해 내놓은 발언들은 제재와 압박보다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런 원칙론엔 주변 4강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로 미국을 자극하고, 중국이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할 경우 미국의 압박이 한국을 향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면서 양국 간 고위급 전략 협의체를 통해 비핵화 대화 여건 등을 긴밀히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공동성명에도 명시된 내용이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인지는 좀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판단 자체를 미루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추가 제재 수위를 낮추려는 의도다. 미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부재가 중국과 러시아의 끈끈한 밀월관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북핵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한·미 공조 틀 속에서 기존의 대북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미·중 간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도발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 주도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좀 더 촘촘하게 마련해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로 북한과 대화를 접고 압박, 제재 일변도로 가면 과거 전략적 인내 정책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채찍’ 들겠지만 궁극적으로 ‘대화’의 문 열어놓는다
입력 2017-07-06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