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가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갉아먹는다. 고령화를 방치하면 향후 10년 내 경제성장률이 평균 1.9%, 20년 내에 평균 0.4%까지 고꾸라진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성장률 추락을 막으려면 은퇴 시기를 5년 늦추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끌어올리는 등 대책이 당장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6일 ‘인구 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금처럼 고령화가 계속되면 현재 3%에 살짝 밑도는 성장률(실질 GDP 증가율)은 2016∼2025년 사이 10년간 평균 1.9%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2026∼2035년엔 평균 0.4%로 2% 포인트 이상 곤두박질치는 것으로 관측됐다. 30년 뒤인 2046∼2055년 사이엔 -0.1%로 아예 뒷걸음질치는 것으로 나왔다.
한국은 700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가 고령층에 진입하고 있는 동시에 이들의 자녀들(25∼38세)은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 중이다. 일본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는 데 걸린 시간이 36년인 데 비해 한국은 26년으로 종전 기록을 깰 것이 확실시된다. 노후준비가 부족한 탓에 은퇴세대는 곧바로 소득감소와 함께 소비위축 경향을 보여 경제 활력을 죽이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한은은 3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먼저 법정 정년 연장을 포함해 은퇴 시기를 5년 더 늘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향후 10년간 연평균 성장률 0.4% 포인트 하락을 막을 수 있다. 한은은 고령층이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오해에 대해 “청년층과 고령층 간 직종 경합 정도가 미미하고, 고용의 대체관계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여성 인력 활용이다. 2015년 기준으로 57.4%에 그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6.8%까지 매년 0.5% 포인트 올리면 20년간 최대 0.4% 포인트 성장률 하락을 막을 수 있다. 한은 안병권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 여성의 교육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노동생산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생산성 증가율 2.1%(지난해 기준)를 유지만 해도 10년간 0.4% 포인트의 성장률 하락을 방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와 달리 ‘이민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외국인노동자는 96만명 수준이다. 여기에 비숙련 노동자 중심으로 200만명을 추가해도 성장률 제고 효과는 0.1% 포인트에 그치는 것으로 계산됐다. 최근 유럽에서 이민에 따른 사회 갈등과 정치 불안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신중해야 한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한은은 결론으로 ‘양성 평등’ ‘일과 가정의 양립’ ‘보육과 교육비의 공공부담’ ‘가족 지원’ 등 출산율 높이기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가사분담과 육아휴직, 집값 안정, 사교육비 경감 등으로 결혼·양육 비용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고령화 방치 땐 20년 내 성장률 0.4%로 곤두박질”
입력 2017-07-0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