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특급 마무리의 ‘난타 굴욕’ 가슴 졸인 팬들 “공포영화도 아니고…”

입력 2017-07-06 18:31

KIA 타이거즈 임창용(41)과 롯데 자이언츠 손승락(35)은 국내 최고의 특급 마무리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올 때마다 난타를 당하며 경기를 영화처럼 극적으로 만들곤 한다. 그래서 나온 우스갯소리가 바로 ‘창용영화제’ ‘승락극장’이다. 이들이 만드는 드라마는 올 시즌에도 그칠줄 모르면서 팬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가슴을 한껏 졸이는 게 현실이다.

임창용은 지난 5일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15-14로 앞선 8회 2사 만루에 등판했지만 나주환에게 싹쓸이 3루타를 맞고 무너졌다. 이날 KIA는 1-12로 뒤진 5회 무려 12점을 내는 등 핵타선으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임창용이 블론세이브를 저지르며 어이없는 패배를 당했다. KIA 마무리 임창용은 과거의 위용을 전혀 못 보여주고 있다. 평균자책점이 무려 5.24다. 블론세이브도 3개나 저질렀다. 임창용은 지난달 초 컨디션 저하로 2군에서 조정기간을 거쳤지만 복귀 후에도 어김없이 ‘불쇼’를 선보였다.

손승락도 마찬가지다. 평균자책점은 2.51로 그나마 임창용보다 괜찮지만 피안타율이 0.301이다. 블론세이브도 3개다. 지난 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5-5로 팽팽히 맞서던 9회 1사 1, 2루에서 조동찬에게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고 패배를 떠안았다.

임창용과 손승락은 ‘정면승부’를 고집하면서 난타를 당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승부근성이 강해 타자를 피하지 않는 것을 나무랄 순 없다. 하지만 나이와 기량 하락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에 통했던 공을 계속 고집하고 있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임창용은 SK전에서 나주환에게 스트라이크 두 개를 연속으로 던진 후 또다시 한 가운데 직구를 던져 얻어 맞았다. 당시 포수 김민식은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도록 공을 빼라는 사인을 줬지만 임창용은 정면승부를 펼치다 경기를 내줬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임창용이 나주환에게 변화구 한 개 정도는 던질 줄 알았는데 계속 속구를 던졌다”며 “요즘 타자들의 기술이 좋아져 공의 빠르기만으로는 상대를 이길 수 없다. 더군다나 임창용은 나이가 들면서 공 끝의 움직임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손승락은 속구와 슬라이더로 승부를 거는 ‘투피치’ 스타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타자들이 이에 적응하면서 이제는 단조로운 레퍼토리가 되고 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두 선수 모두 새로운 구종을 개발하고 제구력을 가다듬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