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지켜보는 재미로… 예능에 빠진 부모들

입력 2017-07-07 05:00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이상민이 수집한 신발이 나오는 장면. tvN ‘오늘부터 독립-둥지탈출’에 출연하는 최민수 이종원. E채널 ‘내 딸의 남자들: 아빠가 보고 있다’에서 딸을 지켜보는 아빠들(왼쪽부터). 각 방송사 제공

자식을 보는 부모의 눈은 어디까지 따라갈까.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의 계보를 잇는 ‘자녀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속속 나오고 있다. tvN은 오는 15일 ‘오늘부터 독립-둥지탈출’(이하 둥지탈출)을 첫 방송한다. E채널은 지난 5월부터 ‘내 딸의 남자들: 아빠가 보고 있다’(이하 내 딸의 남자들)를 내보내고 있다.

모두 부모가 자녀의 생활을 관찰하면서 함께 수다를 떤다는 공통점이 있다. 둥지탈출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네팔 생활을 관찰한다. 배우 최민수의 아들 유성, 배우 박상원의 딸 지윤, 탤런트 이종원의 아들 성준, 국회의원 기동민의 아들 대명, 방송인 박미선의 딸 이유리, 배우 김혜선의 아들 최원석이 나온다.

자녀들은 네팔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서로 의지하면서 고군분투한다. 부모들은 그런 자녀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모니터링한다. 박상원은 떠나는 딸을 보며 “시집 안 가고 평생 같이 있으면 안 되나”라고 하고, 박미선은 “딸이 아빠 이봉원을 닮아서 낯가림이 심하다. 혼자 적응하지 못하고 울까봐 걱정”이라며 눈시울을 붉힌다.

부모들은 낯선 땅에 적응하는 20세 전후 자녀의 모습을 관찰한다. MBC ‘아빠! 어디가?’를 연출했던 김유곤 PD가 tvN에서 처음 선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김 PD는 “낯선 곳에 적응하면서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과 이국적인 풍경이 시청자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 딸의 남자들은 개그맨 최양락, 가수 김태원, 배우 정성모, 성우 안지환이 딸과 남자친구의 알콩달콩한 한때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양락의 딸 하나씨는 돌연 남자친구와의 결혼 계획을 이야기하고, 미국 버클리음대에 재학 중인 김태원의 딸 서현씨는 영국인 남자친구와 자유롭게 교제한다. ‘모태솔로’인 줄 알았던 정성모의 딸 정연씨는 소개팅을 앞두고 연애 경험자임을 고백하는가 하면, 안지환의 딸 예인씨는 소개팅 상대남성과 데이트를 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익숙하지 않은 딸의 모습에 아버지들은 왠지 모를 배신감에 휩싸이는데, 그들의 적나라한 반응이 보는 이들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지난해 8월 첫 방송된 미우새는 가수 김건모 이상민 토니안 등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비혼 아들의 일상을 어머니들이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일 방송분에서는 이상민이 그동안 모은 신발을 한가득 꺼내놓고 하나하나 닦는다. 어머니들은 “신발가게 같다” “가서 하나씩 사자”며 혀를 내두른다.

김건모가 무선조종차 경기에 열광하는 모습에 어머니는 “언제까지 저럴까”라며 뒷목을 잡는다. 친구 집 싱크대 리폼에 나선 박수홍을 본 어머니는 “저나 잘하지”라고 푸념한다. 매주 일요일 밤 방송되는 미우새는 시청률 20% 전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연예인의 일상에 호기심 많은 젊은 층이나 자녀들의 생활이 궁금한 중장년에게 모두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런 ‘자녀관찰’ 예능은 시청자인 부모들에게 대리 만족감을 선사한다. 부모와 자녀가 심리적으로 매우 밀착돼 있는 한국의 가족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사생활을 존중하는 분위기 때문에 부모 자식 간에도 서로의 생활을 자세히 묻기 어렵다”며 “이런 예능은 자녀의 생각과 생활이 궁금한 부모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주화 권남영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