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빅5’ 병원 중 4곳 ‘자문형 호스피스’ 동참… 삼성서울병원만 빠져

입력 2017-07-06 18:14 수정 2017-07-06 21:44

다음 달부터 말기 상태의 암 에이즈 만성간경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환자들은 전국 20개 의료기관의 일반 병동이나 외래 진료 단계에서부터 ‘편안하고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른바 ‘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이런 ‘자문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에 참여한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5일 ‘자문형(1차)·가정형(2차) 호스피스 건강보험 시범사업’ 참여기관 선정위원회를 열고 자문형 20곳, 가정형 25곳(1차 21곳에서 확대)을 최종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자문형의 경우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9곳, 종합병원 11곳이 포함됐다.

의료수익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빅5 병원 중에는 삼성서울병원만 빠졌다. 이 병원 관계자는 “급성 질환자를 치료할 공간마저 부족해질 상황이어서 막판까지 고심하다 불참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 대형병원은 암 등 중증 환자 치료의 상당수를 맡고 있지만 그간 투자 대비 적은 수익성을 이유로 말기 환자의 호스피스 제공에 소극적이었다.

가톨릭계열 서울성모병원만 말기 암 환자 호스피스 병동(23병상)을 운영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최근에야 호스피스 병동(10병상)을 운영키로 결정했다.

현재 복지부 지정 호스피스전문기관(병동 입원형)은 전국 77곳(1277병상)에 불과하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15곳(207병상)뿐이다.

대형병원의 외면 탓에 말기 환자들이 호스피스 병동 입원을 기다리다 죽음을 맞는 일이 빈번하다. 2015년 기준 말기 암 환자 호스피스 이용률은 15%에 그친다.

다음 달 4일 시행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웰다잉법)에 따라 기존 암에 만성간경화 등 3개 질환이 호스피스 대상에 추가돼 서비스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대형병원들이 말기 환자의 전인적 돌봄 의료에 동참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크다. 호스피스 이용률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병원은 자문형 호스피스와 비슷한 완화의료(통증 완화 및 증상 관리)를 제공해 왔지만 그동안 건강보험 급여를 통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활성화되지 못했다.

호스피스 전문교육을 받은 의사와 전담 간호사, 사회복지사(최소 1인 이상)를 중심으로 종교인 등 영적돌봄 제공자, 자원봉사자 등이 한 팀을 이뤄 활동한다. 환자와 가족이 요청하면 담당 의료진이 협진을 의뢰하고 호스피스팀이 환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통증 및 증상 완화, 심리적·영적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 병동에는 임종실(1인실)을 1개 이상 갖춰야 한다. 서비스 제공 기관은 자문형 돌봄 상담료와 임종관리료, 임종실료 등을 수가(진료 대가)로 보상받는다. 돌봄 상담료는 초회일 경우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각 60분씩 상담을 제공해야 인정받는다. 심평원 관계자는 “암 환자의 경우 5%, 에이즈는 10%(국가와 지자체에서 대부분 부담), 만성간경화·COPD는 20%만 이용료로 내면 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