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임성빈] 세대 갈등과 통일 준비

입력 2017-07-06 18:08

한국사회에서 갈등의 축을 오랫동안 형성한 것은 정치적 이념, 경제적 격차, 지역 차별 등의 문제였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 세력 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빈부, 노사,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반목도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다. 이념과 경제적인 배경 등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자신의 관점을 절대화하고 이슈마다 나와 너를 선과 악의 대립구도로 몰고 감으로써 사회 분열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현상이다.

전통적인 갈등요소에 더해 최근 몇 년전부터 주목받는 요인이 있다. 바로 ‘세대’다. 지금까지는 성별과 세대를 막론하고 같은 이념을 공유한 사람들이 함께 정치세력을 키워나갔고, 소속집단의 경제적 이해를 도모했다. 지역에 따라 정치적 입장과 선택이 달랐던 것은 익숙하면서도 씁쓸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세대에 따라 정치, 경제적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던 적은 없었다. 세대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고 생각하는 2012년 12월 대선 이후 주요한 선거마다 세대는 표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선거를 통해 확인된 선택은 단지 개인의 이념적 선호만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세대 간 사회 경제적 이해관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정년연장이나 복지부담 같은 이슈에 대한 세대 간 입장차는 확연하다. 몇 차례의 경제 위기를 거치는 동안 젊은 세대는 미래의 생계와 직결되는 사안에 더욱 민감해졌으며 급증하는 노년층을 부양해야 한다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세대 갈등이 문화적 양상으로 제한됐던 반면 이제는 정치, 경제적 입장이 반영된 주도권 투쟁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21세기 한국사회의 우선 과제인 통일을 세대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통일은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주제였다. 정치적 주제라는 것은 어떤 정치적인 이념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통일을 접근하는 방식, 이를테면 대북정책이나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한 접근이 판이했음을 말한다. 경제적 주제라는 것은 통일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부담과 함께 통일 후 기대되는 경제효과가 통일 논의의 중심이 되어 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 통일은 무엇보다 세대 간에 큰 차이를 반영해야 할 주제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분단과 전쟁을 반공 이데올로기로 이겨내며 산업화를 이룬 세대가 있으며, 군부독재 극복과 민족 통일을 함께 생각하는 민주화 세대가 있다. 또한 이념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디지털 세대가 공존하고 있다. 북한정권을 적대시하면서 인도적 지원보다는 북한 인권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세대도 있고, 북한 문제에 있어 정치적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는 세대도 있다.

무엇보다 막대한 통일비용을 지불해야 할 세대가 있고, 통일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겠지만 통일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세대도 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이념적인 성향에 따라 크게 진보와 보수로 범주화할 수 있었고 또 대립 가운에서도 동일한 이념 지형 안에서는 통일에 대한 합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세대라는 새로운 갈등의 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정치, 경제, 이념의 통합뿐만 아니라 세대 간 통합 문제의 해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할 때다. 세대 간 소통과 통합 없이는 우리 안의 통합의 과제는 물론 통일의 여정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오늘 여타 종교들 중 최대 신자 수를 갖게 됐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을 요청한다는 의미다. 다양한 세대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뤄가는 한국교회가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소통과 통합,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대립과 갈등으로 신음하는 이 사회의 변화와 통합을 주도하는 ‘결정적 다수(critical mass)’로서 역할 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임성빈 장로회신학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