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킨타이어는 또한 4명의 학식 있는 한국인들에게 세례를 줬다. 이들은 앞으로 있게 될 놀라운 수확의 첫 열매들이라고 확신한다.’
1880년 10월 영국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던 존 로스 선교사는 동료 선교사인 매킨타이어가 한국인들에게 세례를 베푼 소식을 접한 뒤 이런 기록을 남겼다.
최초의 한국인 수세자 나온 곳
백홍준, 이응찬,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2명 등 매킨타이어로부터 1879년 세례를 받은 4명의 한국인 수세자(受洗者)는 ‘최초로 세례를 받은 한국인들’로 꼽힌다. 그들이 세례를 받은 곳은 한국 땅이 아닌 중국 동북(만주) 지역의 최초개항지 잉커우(營口)였다. 앞서 로스가 1872년 중국 땅을 처음 밟은 곳도, 그보다 앞서 1867년 만주 땅을 밟은 최초의 스코틀랜드 선교사 윌리엄 번즈(1815∼1868)가 들어온 관문 역시 잉커우였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이덕주)와 두루투어가 마련한 ‘존 로스 루트 답사’팀은 지난달 30일 잉커우에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잉커우 항구가 열린 지 156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답사팀은 한국인 수세자들이나 번즈·로스 선교사가 활동한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옛 외국 영사관들과 외국인선교사 묘지 등이 들어서 있던 터를 통해서나마 당시 상황을 더듬어볼 수 있었다.
여러 차례 현장을 답사한 박형신(남서울대) 교수는 “잉커우는 외국 영사관들 사이로 외국인 선교사 묘지가 있는 곳”이라며 “19세기 말 외교공관이 몰려 있던 서울 정동과 외국인 선교사 묘지가 있는 양화진이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고급 음식점으로 바뀐 옛 세관 건물을 지나 러시아 공사관 터를 둘러봤다. 이어 답사팀은 우레탄이 깔린 학교 운동장과 건너편 프랑스식 가톨릭 성당 건물 2곳을 마주했다. 박 교수는 성당 건물과 인접한 운동장 쪽을 가리키며 “1차 문헌 자료를 통해 볼 때 당시 저 공간에 외국인선교사들의 묘지가 조성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만주 선교 개척자 번즈와 로스의 첫 부인 스튜어트, 매킨타이어 선교사 등이 여기에 묻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잉커우, 또 다른 순례의 출발지
잉커우 웬지안(文健) 거리 부근에 있는 9층짜리 붉은 건물 앞.
“외국 영사관들의 위치를 감안할 때 이 근방 어디쯤에 영국 영사관과 선교사 사택, 병원 등이 있지 않았을까요. 백홍준과 이응찬, 서상륜도 우리가 서 있는 이 공간을 누볐을지 몰라요.” 이덕주 소장의 설명은 상상력을 자극했다.
1879년 어느 날, 복음이 궁금해 압록강을 건너 잉커우까지 건너온 백홍준의 마음은 어땠을지, 로스에 이어 매킨타이어의 어학 선생 겸 성경번역자로 섬겼던 이응찬이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해졌다. 한국 최초의 기독교인으로 꼽히는 서상륜. 그는 홍삼을 팔려고 이곳에 들렀다가 열병에 걸려 이 근방 어디쯤 있었을 선교사 병원에 입원했다. 병이 나은 뒤 매킨타이어의 전도로 회심한 그가 홍삼 대신 성경을 팔게 된 인생 이야기도 새삼 떠올랐다.
‘예수 사랑하심을 성경에서 배웠네….’(찬송가 563장) 답사팀은 번즈 선교사가 세운 잉커우기독교회에서 현지 목회자들과 함께 한국어와 중국어로 이 찬송을 합창하면서 묘한 감동을 맛봤다. “여기 와서 또 다른 사명을 품고 가네요.” 답사에 동행한 류계순(여) 전도사의 고백이다. 선양과 지안, 단둥, 랴오양에 이어 찾은 잉커우는 순례의 종점이 아니라 또 다른 순례의 출발지 같았다.
잉커우=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
[존 로스 루트를 가다] 한국인 최초로 4명이 세례 받은 복음의 관문
입력 2017-07-06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