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럽연합 EPA 타결… 자동차·치즈 관세 기준 합의

입력 2017-07-05 21:40 수정 2017-07-05 23:26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경제연대협정(EPA)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NHK방송이 5일 보도했다.

기사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측 간 최대 쟁점이던 자동차와 치즈에 대한 관세 부과 기준 협상을 큰 틀 안에서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6일 브뤼셀 EU 본부를 방문해 관련 내용을 최종 확인하기로 했다.

NHK에 따르면 양측은 일본 자동차 수입관세(10%)를 협정 발효 7년 후 폐지하기로 했다. EU는 또 일본산 자동차 부품 92%에 대해 관세(최대 4%)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그간 일본은 한국과 EU 간 FTA처럼 수입차 관세를 EPA 발효 5년 이내에 없애달라고 주장했다. EU는 10년 이후 폐지안을 고수했다.

대신 일본은 카망베르 모차렐라 등 EU산 부드러운 치즈를 연 3만∼5만t 범위 안에서 낮은 관세로 수입하기로 했다. 향후 15년간 단계적으로 관세를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자국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일률적 관세 철폐가 아닌 쿼터제를 도입했다. EU산 와인은 즉시 관세를 없애고, 파스타와 초콜릿에 부과되는 관세도 대폭 줄어든다.

EPA 타결로 두 지역을 오가는 상품의 95% 이상이 관세 없이 거래될 것으로 추산된다. 없어지는 관세만 10억 유로(약 1조3062억원) 상당이다. 이는 환태평양자유무역협정(TPP)에 견줄 만한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으로 분석된다. EU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21.8%를 차지한다. 이는 미국(24.7%) 다음으로 큰 단일 시장이다. 양측 간 EPA 타결로 글로벌 교역량의 30%를 차지하는 대규모 경제권이 탄생하게 된다.

일·EU EPA가 본격 발효되면 EU 시장에서 FTA 선점 효과를 본 한국은 일본과 한층 치열한 가격 경쟁을 펼쳐야 한다. 특히 자동차, 선박, 자동차 부품 등에서 타격이 예상된다. 2009년 일본차의 유럽 지역 수출은 연간 70만대 규모였지만 최근엔 60만대선으로 주저앉았다. 반면 2011년 EU와 FTA가 발효된 한국은 2009년 35만대였던 유럽 지역 차량 수출 규모가 지난해 40만대선으로 확대됐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