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이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미사일)을 협상탁(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한 뒤 “우리가 선택한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화성 14형 발사 결과를 분석한 뒤 “완전 대성공”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우리 공화국이 원자탄, 수소탄과 함께 대륙간탄도로켓까지 보유함으로써 우리 조국의 종합적 국력과 전략적 지위는 새로운 높이에 올라섰다”고 주장했다. 또 “적대세력들의 끈질긴 압박과 제재 속에도 강위력한 핵전쟁 억제력을 튼튼히 다져놓은 데 응당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ICBM의 기술적 진전사항을 상세히 밝힌 보도문을 공개했다. 북한은 화성 14형의 대기권 재돌입(재진입) 기술과 종말단계 유도기술, 핵탄두 기폭 기술 등 미국 본토를 핵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ICBM에는 대형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고 2단 엔진을 새로 개발했다”며 “대기권 재돌입 시 전투부(핵탄두부) 내부 온도는 섭씨 25∼45도를 유지했고 구조적 파괴 없이 목표수역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또 조선중앙TV를 통해 화성 14형의 발사 동영상도 공개했다.
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의 ‘근원적 청산’ 없이는 비핵화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것은 북한의 오랜 입장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이런 언급을 한 것은 꽤 이례적이다. ICBM 발사로 미국과 동등한 전략적 위치에 올라섰으니 과거와 같은 비핵화 대화는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미국과 협상해서 자신들에 유리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면서 “일단 핵·미사일 기술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은 다음에나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마디로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면서 “미국과의 적대관계가 해소되고 미국이 자신들을 핵으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이 담보돼야 핵 협상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투데이 포커스] 北, ‘계속 도발’ 예고… “美적대정책 청산 없는 한 협상 없다”
입력 2017-07-05 18:03 수정 2017-07-05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