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가공할만한 ‘핵타선’이었다. KIA 타이거즈는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 4회까지 1-12로 크게 뒤졌다. 그런데 5회 무려 12점을 내 단숨에 경기를 역전시켰다. 비록 불펜 난조로 17대 18로 패배했지만 역대 최다인 11타자 연속 안타 신기록을 세웠고, 한·미·일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경기 기록을 8경기로 늘렸다.
사실 지난달 25일 KIA는 올 시즌 최대 위기를 맞았다. NC에 3연전을 모두 패하며 공동 선두로 내려앉았다. 다음에는 삼성전에 이어 지옥의 수도권 원정 9연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약한 불펜을 보유한 KIA가 2위로 올스타전 브레이크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KIA가 살아났다. 그것도 활화산 같은 방망이로 우뚝 섰다. KIA에 무슨 변화가 생긴 것일까.
발단은 NC에 3연패를 한 지난달 25일 저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장 김주찬은 팀 패배 후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잘해왔다. 왜 우리가 쫓겨야 하느냐. 이제 경기를 즐기자”고 했다. 예년에 비해 올해 엄청나게 잘하고 있는 만큼 부담감을 떨치자는 의미였다. KIA 관계자는 “25일 이후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전에 초조했다면 이젠 한결 여유를 가지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김주찬이 이렇게 선수단에게 이야기를 한 배경이 있다. 바로 자신의 경험 때문이다. 그는 올해 초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극도의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6월 들어서도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달 12일 부산 원정을 떠나기 전 날 박흥식 타격코치와 조계현 수석코치가 김주찬을 불러 소주잔을 함께 기울었다. 그 때 박 코치는 “이때까지 잘 해왔다. 모든 것을 내려놔라. 조급해 하지도 말라. 올해 좀 안 좋다고 해서 너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지 않는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 말에 각성한 김주찬은 곧바로 전성기 타격감을 회복했다. 실제 개막 후 지난달 12일까지 김주찬의 타율은 0.170에 불과했다. 그런데 양 코치들과의 회동 이후부터 현재까지 타율 0.437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박 코치는 “시즌 중에는 선수들의 실력 향상보다는 멘탈 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최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선수들 간의 믿음이 더 좋아졌다.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넥센 히어로즈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6-7로 뒤진 7회 김민성의 2점 홈런 등에 힘입어 12대 7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4연승을 달렸다. 한화 김태균은 1회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한국프로야구 통산 5번째로 1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5일 프로야구 전적>
△한화 7-12 넥센 △kt 1-3 두산 △KIA 17-18 SK △LG 12-5 NC △롯데 5-6 삼성
가공할 ‘虎打’, KIA에 무슨 일이… 최근 8경기서 두 자릿수 득점
입력 2017-07-0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