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 산적한데 친구는 없고… 트럼프 G20 데뷔 험로 예고

입력 2017-07-06 05:01
7∼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독일 경찰이 4일(현지시간) 함부르크의 한 공원에서 G20 회의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설치한 텐트를 철거하고 있다. 텐트에 ‘G20 반대’라는 글씨가 보인다. 시위대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을 규탄하는 시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러시아 스캔들, 북한 미사일 발사, 중국과 러시아 공조, 대규모 시위대…. 갖은 악재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오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공식적인 양자회담 형식으로 진행되는 두 ‘스트롱맨’의 만남은 러시아의 지난 미 대선 개입 의혹으로 양국 간 긴장이 한껏 부풀어오른 상황에서 이뤄지게 됐다. 4일(현지시간) CNN방송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스캔들을 두고 맞붙을 가능성은 희박하며, 두 정상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퇴치,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사태 등 현안에 집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자유분방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초장부터 거친 악수로 불편한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옴짝달싹못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사법방해 혐의로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게 된 상황에서 러시아 스캔들을 거론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의문을 낳게 될 것이며, 그렇다고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해제 움직임 등 유화적인 자세를 취할 경우 미 의회의 거센 반대에 부닥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G20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전 세계적 공조 필요성을 각국 정상에게 설득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도 떠안게 됐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대화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책’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게다가 미국 우선주의가 ‘나홀로 미국(America alone)’으로 여겨지면서 생긴 리더십 공백을 메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외교 무대에서 따돌림 당하고 있다’는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무역과 기후변화,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유럽 정상들과의 만남도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고립주의와 보호주의로 전 세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큰 착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강한 유럽연합(EU)을 강조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상회담장 바깥 분위기도 호의적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함께 ‘불청객 3인방’으로 지목됐다. 이들을 규탄하는 대규모 거리 집회가 G20 기간 함부르크 시내에서 예정돼 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