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여전히 주주총회에서 ‘거수기’에 머물고 있다. 올해 상장사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가가 안건에 반대한 비율은 2.8%에 그쳤다. 때문에 기업·기관투자가·정부 등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올해 의결권 행사를 공시한 기관투자가 112곳이 상장사 701곳의 정기 주주총회에 올라온 안건 2만169건 중 563건(2.8%)을 반대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이 연구소가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반대의견을 내라고 권고한 안건 비율(20.9%)의 10분의 1 수준이다.
안건별로는 정관변경(4.4%) 반대가 가장 많았다. 감사선임(3.7%) 이사선임(3.3%) 이사보수(2.1%) 등에 대한 반대가 뒤를 이었다.
기관투자가가 의결권을 행사한 상장사 가운데 안건 반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효성(18.2%)으로 나타났다. 22곳의 의결권행사기관 가운데 4곳이 반대의견을 냈다. 포스코(15.9%) 현대모비스(8.8%) 삼성물산(8.3%) 등도 기관투자가의 반대비율이 높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일부 기관투자가는 반대율이 높은 기업의 주주총회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연구소는 “향후 기업 지배구조의 외부통제시스템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소는 ‘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내역 공시 제도’의 허점을 비판했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내역을 정기 주주총회가 끝나는 3월보다 한 달 뒤인 4월 말에 일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내역을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에 공시하면 일반주주가 이를 참고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연구소는 기관투자가가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안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8일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법령해석집’을 발간하고, 기관투자가의 관여(Engagement)가 ‘경영권 참여’로 우려될 여지를 완화시켰다. 안상희 연구위원은 “기관투자가의 관여를 장려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하면 주주총회에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30대 그룹 소속 상장사가 지난해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미확정 공시’를 한 비중은 77.8%나 됐다. 비(非)30대 그룹 소속 상장사의 미확정 공시 비중(55.8%)보다 훨씬 높았다. 미확정공시는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의사결정 중에 있다’는 내용으로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미확정 공시가 많다는 건 공시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낮음을 의미한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기관 큰손 거수기 여전… 안건 반대율 고작 2.8%
입력 2017-07-05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