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가 영토 문제로 한 달가량 대치를 지속하고 있다. 양국은 아직 대형 군사충돌을 벌이진 않았지만 국경지대에 군사력을 꾸준히 보강하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두 나라가 1962년 전쟁을 벌인 이후 55년 만에 최고 수준의 갈등 양상이다. 육상뿐만 아니라 해상에서도 양국의 잠수함과 대형 전함이 마주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황은 더욱 아슬아슬해졌다.
5일 타임스오브인디아와 인디아투데이 따르면 인도와 미국, 일본 3국은 오는 10일 인도양 벵골만 해역에서 열리는 연례 연합 해상훈련 ‘말라바르’에 참가하기 위해 대형 함정을 배치했다. 3국의 전함 15척, 잠수함 2척, 전투기와 헬기 등이 참여하는 대형 훈련이다. 이에 중국의 정보수집함 해왕성호도 감시를 위해 인도양으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국경지대인 인도 동북부 시킴 인근에서 서로 영토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대치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군이 인도-중국-부탄 국경 인근 도카라 지역(중국명 둥랑·부탄명 도클람)에 설치된 인도군 벙커 2기를 철거하라고 압박했고 이후 먼저 벙커를 파괴했다는 입장이다. 또 합의도 없이 이 지역에 도로를 건설해 잠재적 영토 침범 우려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인도군이 먼저 영토를 침범해 정상적인 수행활동을 방해했다는 입장이다.
부탄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 부탄은 지난달 29일 중국이 영토 분쟁 지역에서 도로 건설을 한다고 항의했다. 벳솝 남기엘 인도주재 부탄대사는 “중국의 도로 건설은 양국 간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공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부탄과 중국은 공식 외교관계가 없지만 인도 수도 뉴델리에 주재하는 외교 통로를 통해 접촉하고 있다.
아룬 제틀리 인도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2017년의 인도는 1962년의 인도와는 다르다”고 경고했다. 비핀 라왓 인도 육군 참모총장도 “전쟁 준비가 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국은 발끈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5일 사설을 통해 “이번에야말로 인도에 뼈아픈 교훈을 새겨줘야 한다”며 “1962년 패배보다 더 쓰라린 아픔을 겪을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중국과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긴 미획정 국경선을 공유한 나라로 역사적으로 자주 충돌했다. 특히 두 나라는 1962년 청나라와 영국이 설정한 국경 문제를 놓고 대립하다 전쟁을 벌였다. 중국은 영국이 인도를 식민 지배하던 1914년 그은 국경선이 불평등 조약으로 설정된 것이라 침략 이전의 전통적인 국경선으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글=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印 “1962년의 인도 아니다” 中 “더 쓰라린 아픔 겪을 것”… 국경분쟁 中-인도 ‘말펀치’
입력 2017-07-06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