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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7-06 00:01
강명준 지로드코리아 사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동작구 지로드코리아 스튜디오 앞에서 ‘라디오 조이’를 통해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10년차 찬양사역자 오한나(33) 전도사는 매주 화요일 서울 동작구 지로드코리아(사장 강명준)의 스튜디오를 찾는다. 라디오 프로그램 ‘사랑스럽 군(軍)’ 제작을 위해서다. 그는 프로듀서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대본 집필, 녹음 및 편집 등에 직접 나서는 1인 미디어 제작자다. 오 전도사는 “군부대 위문공연을 하면서 장병들과 더 자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지로드코리아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작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3월부터 시작했다”면서 “프로그램을 청취한 장병들로부터 손편지를 받을 때면 ‘군통령’이 된 것처럼 기쁘다”며 웃었다.

지로드코리아는 CTS기독교TV가 정보기술(IT)부문과 교육 콘텐츠 사업을 독립시켜 세운 디지털 미디어 전문 기업이다. 2013년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는 앱라디오와 다음세대 기독교 교육 콘텐츠 보급 등을 주요사업으로 펼쳐왔다.

지로드코리아가 앱라디오 사업에 대대적인 변화를 꾀한 건 지난해 초였다. 지난달 28일 지로드코리아 스튜디오에서 만난 강 사장은 “초기에는 기존 라디오 방송국과 같은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전송방식만 FM 대신 앱을 사용했는데, 올드 미디어 방식으로 제작해 뉴미디어로 포장만 하는 건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달 15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유튜브를 시청하는 배경엔 ‘유튜버(유튜브 이용자)’들이 직접 생산해내는 콘텐츠가 있다”며 “뉴미디어 시대에 맞는 플랫폼의 활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로드코리아는 지난해 3월부터 앱라디오인 ‘라디오 조이(JOY)’ 제작 환경을 외부에 제한 없이 공개했다. 기독교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면 누구든 3개의 라디오 스튜디오와 녹음 및 편집 장비 등을 무료로 쓸 수 있다. 또 비전문가를 위해 현직 프로듀서가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기획, 연출, 녹음, 편집 등을 직접 교육해주고 첫 회 녹음 시엔 스튜디오에서 디렉팅도 함께 진행한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스튜디오를 연 후 매달 이용자가 늘어 지금은 100여명의 제작자가 120여편의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찬양, 설교는 물론 심리상담, 문화칼럼, 이단관련 정보, 독서 전도, 클래식, 기독교적 육아법 등 분야도 다양하다. 다음세대를 위한 현실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임우현 목사의 번개탄’, 잃은 양의 아픔을 치유하는 사람들 ‘양아치’ 등은 탄탄한 고정 청취자층도 생겼다. 앱 다운로드 수는 20만여 건, 주간 접속 건수는 10만이 넘었다.

강 사장은 “이단 관련 여부, 송출에 적합한 녹음 상태 확인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제작자의 자유”라며 “이들과 함께 건강한 기독교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선교지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지난해 3월 ‘예루살렘 조이’ 개국을 시작으로 4월엔 ‘필리핀 조이’가 문을 열어 선교사들이 현지 소식을 한인 디아스포라에게 알리는 거점이 되고 있다. 미국 뉴욕, 호주, 일본도 개국을 준비하고 있다(02-6333-1155).

글=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