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 100명으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 거부 방침에 대해 5일 유감을 표명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오후 이성복(수원지법 부장판사) 의장 명의로 ‘코트넷’에 글을 올려 “대법원장이 엄중한 의미를 갖는 결의를 수용하지 않은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행정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입장 변화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달 19일 회의를 열고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를 결의했다. 찬성 84명, 반대 14명의 압도적인 결정이었다. 하지만 양 대법원장은 진상조사 결과 블랙리스트에 대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고, 법관 컴퓨터 조사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일선 법관들의 뜻을 받들어 그 첫걸음 중의 첫걸음으로 결의한 추가조사 요구의 무게는 다른 어떤 의결사항보다 무거웠다”고 재차 강조했다.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 여부가 당시 회의의 첫 번째 안건이었으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논의된 뒤 통과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날 93쪽의 회의록도 공개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제1회 회의 의결사항이 집행된 경과를 바탕으로 제2회 회의에서 진전된 논의를 하고자 한다”고도 밝혔다. 지난 4일에는 서울중앙지법의 현직 판사가 문제의 컴퓨터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한다는 글을 게시했다(국민일보 7월 5일자 1·11면 보도).
이번 사태는 법원 내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대법원장의 집중적 권한에 대해 세미나를 추진하고, 법원행정처가 이를 축소하며 시작됐다. 이날 열린 조재연(61·사법연수원 12기·사진)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최근 사법부 실태를 바탕으로 한 질의가 많았다. 조 후보자는 대법원장에게 인사권과 예산권 등이 집중됐다는 지적에 “당연히 고칠 필요가 있다. 권한이 집중되면 남용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대법관이 된다면 이것 하나는 꼭 하고 싶다는 게 있느냐”는 질의에는 “관료화의 시정에 노력을 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대법원장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거부 관련 법관대표회의 “깊은 유감”
입력 2017-07-05 19:13 수정 2017-07-05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