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韓·美, 미사일 시위… 文 대통령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 아니다”

입력 2017-07-05 18:00 수정 2017-07-05 21:32
한·미 양국의 미사일 부대가 5일 오전 7시쯤 동해안에서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현무 2A’(왼쪽)와 주한미군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를 동시 발사하고 있다. 이번 발사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시험발사에 대응해 전격 실시됐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한·미 양국이 5일 오전 동해안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는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을 전격 실시했다. 사격에는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현무 2A’와 주한미군의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가 동원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들 미사일이 목표물을 초탄에 명중시켜 유사시 적 지도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의 미사일 발사훈련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결과를 보고받은 뒤 “북한의 엄중한 도발에 우리가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며 “우리와 미군의 확고한 미사일 연합대응 태세를 북한에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북한에 대한 한·미 양국의 미사일 ‘무력시위’를 지시했다.

정 실장은 4일 밤 9시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통화했고,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공감한다”며 미사일 발사 계획에 전격 동의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시험발사를 강력 규탄했다. 미국은 독립기념일인 4일 오후(현지시간)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공식 성명을 통해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더욱 강력한 조치로 ICBM 발사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의 ICBM 발사는 미국과 동맹국, 지역, 세계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틸러슨 장관이 직접 ICBM이라고 명시한 것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ICBM 발사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틸러슨 장관은 또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북한에 어떤 경제적·군사적 특혜를 주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 나라들은 위험한 북한 정권을 돕고 사주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고 북한에 책임을 묻는 더 강력한 제재를 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 제재) 등 강도 높은 추가적인 대북 제재에 착수할 전망이다.

문동성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