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정우택·친박 중진 ‘불안한 동거’

입력 2017-07-06 05:02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왼쪽)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있다. 홍 대표와 정 원내대표는 당의 국회 전략과 노선을 둘러싼 신경전을 시작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국당 혁신 방침을 거듭 강조하며 당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당과 국회 운영을 둘러싸고 홍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 친박(친박근혜)계 중진들 간 신경전도 계속되고 있다. 향후 당내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 대표는 5일 오전 페이스북에 “보수우파 정당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한 위급한 상황에서 일부 극소수 ‘구박’(舊朴·옛 친박)들이 저를 구박한다고 해서 쇄신과 혁신을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이 있더라도 혁신 드라이브를 밀고 가겠다는 뜻이다. 홍 대표는 연말까지 자신이 취임 일성으로 공약한 인적·조직·정책 혁신에 주력한 뒤 내년 1월 말까지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을 마치겠다고도 했다.

주요 당직자 인선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사무총장에는 홍문표 의원, 당대표 비서실장에는 염동열 의원이 사실상 내정됐다. 제1사무부총장에는 김명연 의원, 대변인에는 강효상 전희경 의원이 유력하다. 이들은 모두 홍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로 분류된다. 홍 대표가 측근 인사들로 지도부와 당직을 채우며 당 장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홍 대표와의 첫 공식 대면에서 홍 대표를 향해 잇따라 쓴소리를 했다. 홍문종 의원은 당대표·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홍 대표가 전날 측근인 이종혁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한 것을 문제 삼았다. 홍 의원은 “우리 당이 호남에서 지지율이 3∼5%에 불과한데 전국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호남 출신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갑윤 의원도 비공개 회의에서 “대표는 우리 당의 자부심인 만큼 이제는 품위 있는 언어로 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대표는 과거 친박계를 향해 ‘바퀴벌레’라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홍 대표의) 독단적인 발언이나 과한 발언이 당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며 “(홍 대표가) 자기 소신과 생각이라도 당내에서 조율한 뒤에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