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공간] 교회체육관서 함께 운동하던 학교친구가 이젠 ‘교회친구’로

입력 2017-07-07 00:01
전주 온고을송천교회 본당과 체육관. 이 교회 회중은 교회 건물을 확장하는 대신 미래세대와 지역공동체를 위한 체육관을 건축했다.
유인관 목사(맨왼쪽)가 체육관에서 탁구 치는 청소년들을 지켜보고 있다(오른쪽 사진).
전주 온고을송천교회체육관에서 청소년들이 운동 후 기도하고 있다. 교회는 믿지 않는 청소년 선교를 위해 ‘토요체육교실’ 운영 후 30분 간 말씀 나눔의 시간을 갖는다.
청소년들의 구령 소리가 요란했다. 체육관 실내가 쩌렁쩌렁 울렸다.

"승현아 이쪽, 이쪽! 패스 받아. 아…"

축구공은 골네트를 가르지 못했다. 김찬수(가명·고2)군은 아쉬워 고개를 뒤로 젖혔다. 땀에 젖어 있었다. 체육관은 밝은 LED조명으로 선수들 동작 하나하나가 한 눈에 들어왔다. 달리고, 멈추고, 뛰어 오르고, 소리 지르고. 웃고, 탄식하고, 춤 추고….

지난 1일 전북 전주 온고을송천교회 체육관 풍경이다. 10대 아이들은 에너지를 그렇게 분출했다. 하나님의 성전인 몸을 건강한 육신으로 만들어 가는 아이들. 20여명의 초중고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찬수는 부모가 이혼하며 힘든 사춘기를 보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늘 호탕했다. 감정의 폭이 큰 찬수는 한때 게임에 빠지기도 했다. 이때 손을 내민 이들이 온고을송천교회(유인관 목사) 친구들이다. 학교 친구들이기도 한 이들은 찬수에게 체육관에서 농구나 하자고 제안했다. 민감한 찬수는 처음에 주저했다.

농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찬수는 이제 운동 마니아가 됐다. 구기 종목은 그를 따를 자가 없다. 찬수의 얼굴은 점점 환해졌다.

온고을송천교회체육관은 찬수와 같은 아이들이 제법 많이 모인다. 2015년 2월 완공한 체육관은 명칭만 교회 체육관일 뿐 주민 누구에게나 개방된 시설이다. 풋살 배드민턴 탁구 농구 핸드볼 배구 등 웬만한 구기 종목은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설을 갖춘 곳이다.

체육관 건축은 재정만 갖춘다면 매우 단순한 일 같으나 건축과정을 들여다보면 건강한 교회공동체여야 이뤄낼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 무렵 온고을송천교회는 지금의 체육관 자리 땅을 임차해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땅 주인이 매각하면서 원룸 건축업자에게 넘겨질 상황에 처했다. 교회 주차 부지가 없어지는 것은 둘째 치고 지형상 교회 출입구 앞이 꽉 막히는 구조가 불 보듯 뻔했다.

320여명의 회중은 기도했다. 땅을 얻고자 함보다 하나님의 성전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기적처럼 그 땅을 교회가 살 수 있게 됐다. 그러자 회중이 십시일반 헌금하고 교회가 모자란 돈을 대출 받았다. 5억여원이었다. 회중은 그 땅을 귀하게 쓰자고 결의했다. 어떻게 ‘귀하게’ 쓸 것인가. 교회 부흥을 위해 교육관도 지을 수 있을 것이고, 예배당(연면적 872㎡)을 넓힐 수도 있을 것이다.

한데 이들은 역선택을 했다. 지역사회에 내놓자는 교인 간 무언의 합의가 이뤄졌다. 집사와 장로들도 회중의 뜻을 따랐다.
“건축위원회에서 깊이 토론할 사안이 전혀 아니었어요. 예배당 확장이나 부속건물 건축을 드세게 주장하는 분들도 없었고요. 왜냐면 주일학교와 학생부 자녀들만 해도 100명이거든요. 우리는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체육관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죠. 주일학교마저 없는 교회가 흔하잖아요. 우리 교회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 아이들을 위한 체육관 건축을 목표로 삼자고 했어요.”

유 목사의 얘기다. 그렇다면 땅 구입에 전력한 교회가 건축비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결의만 하고 주차장으로 몇 년이고 계속 쓸 상황이었다. 그러면 결의가 무색해진다.

한데 건축비 5억여원이 또 모아졌다. 총 10억여원이다. 그 10여억원의 헌금은 모두 무명씨였다. 누가 얼마를 냈는지 하나님 밖에 모른다.

이들은 건축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512㎡(연건평 155평)의 2층 구조 체육관을 완공했다. 지하주차장을 만들지 않아 건축비를 줄였고, 1층을 비워 주차장을 둔 구조다. 또 주변 아파트와 원룸 주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울타리를 없앤 개방구조이다.

체육관은 개장 초 청소년 중심으로 이용됐다. 학생부 30여명이 학교 친구들을 데려와 함께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3년차인 지금은 주민 이용도 늘고 있다.

교회는 매주 토요일 오전 체육교실을 연다. 학생부 교사 김병인(특수교사) 최성훈(장애인 사회복지사) 하용수(수의학 대학원생) 배태익(학원운영) 등이 번갈아 프로그램 운용을 돕고 있다. 김 교사의 경우 축구지도자를 겸하고 있다. 교회체육관 팀은 원정 경기를 다닐 정도다.

2년째 체육관을 이용하는 찬수는 교회 친구들과 교사의 배려에 토요프로그램 진행 후 30분간 이뤄지는 예배에 참석한다. 신앙 문제에 냉소적이었고 날선 질문을 하던 찬수였다. 찬수와 같이 체육관을 통해 변화돼 가는 아이들은 5∼6명 정도다. 많은 청소년들이 체육관을 들고 나고 하지만 이중 20명은 교회와 신앙을 알아가고 있다.

“교회 학생부 아이들의 관계전도 속에서 나오는 청소년들입니다. 내 친구, 내 주변인 등을 우선하는 관계 전도는 내가 바르게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이상 이뤄질 수 없어요. 아이들을 위한 체육관 건축이었죠.”

유 목사는 이날 체육관 부속 주방에 들어가 아이들 간식을 찬장에 꽉꽉 채워 넣었다. 체육관은 늘 열려 있었고, 조명은 눈부셨다. 청소년들이 골대를 향해 힘차게 달리고, 뛰어 올랐다.

■ 온고을송천교회를 키운 4가지 특색

온고을송천교회는 네 가지 특색이 있다.

주일학교와 학생부 학생 많은 교회

첫째 주일학교와 학생부 학생이 많다. 셋 중 하나다. 미래세대 전도에 열심이어서가 아니다. 관계전도 중심의 신앙교육이 가족 전체가 교회에 출석하는 현상을 낳았고, 자연스럽게 그 자녀는 주일학교와 학생부 활동을 한다. 대개 4인 가족 중 2인이 자녀이기 때문이다. 또 고령화된 일반 교회와 달리 40∼50대 비율이 높다. 2001년 개척교회로 시작했다. 한국독립교단연합회 소속이다.

기명 헌금 없고 헌금 투명 운용

둘째 기명 헌금이 없다. 따라서 특정 목적의 연보도 없다. 십일조도 수입의 십일조가 아니라 헌금자 마음의 십일조가 기준이 된다. 누가 얼마의 헌금을 했는지 알 필요도 없다. 교회체육관 건축 때도 ‘체육관 건축헌금’ 명목의 연보가 없었다. 다만 이럴 때는 명목 헌금을 한다. 교인이나 이웃이 투병하거나 재난을 겪는 등 지정해야할 사유가 분명한 경우다.

예배당 열쇠 전 교인에게 지급·개방

셋째 교인 모두 언제든 예배당을 이용할 수 있는 마스터키를 가지고 있다. 각 가정 기준으로 100여개의 열쇠가 지급됐다. 한 번도 도난 등 사고가 없었다고 했다. 관리집사를 두지 않았다.

10∼15찬 건강식 제공

마지막으로 푸짐한 식사를 한다. 10∼15찬이 기본이다. 술·담배 등을 안 하는 교인들이 건강식으로 맛있게 오찬과 만찬, 디저트를 즐기는 교제를 위한 공동체 식사 방식이다. 이를 위해 조당 5∼6명으로 구성된 12개조의 애찬조가 돌아간다.

전주=글·사진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