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거리만으론 ICBM 단계… 北 핵무기 완성 코앞
입력 2017-07-05 05:00
북한이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북한은 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한 셈이 된다.
북한은 지난 5월 14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로 분류된 ‘화성 12형’을 발사한 지 불과 한 달 보름 만에 ICBM ‘화성 14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이 올해 내에 ICBM을 시험발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초 기대보다 더 빨리 기술적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화성 14형’은 최고고도 2802㎞, 비행거리는 933㎞로 지금까지 시험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성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이번 발사는 최대각도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각도로 발사된다면 화성 14형의 사거리는 적어도 8400㎞ 이상, 최대 1만㎞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비행거리로 보면 이미 ICBM 단계에 도달한 셈이다. 미사일 비행거리가 통상 5500㎞ 이상이면 ICBM급으로 분류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신중한 분위기다. 합참은 “5월 14일 발사한 탄도미사일보다 사거리가 향상됐지만 소위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갖췄는지는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화성 14형은 미국 알래스카와 하와이는 물론 미 서부까지 공격할 수 있다. 비행속도도 화성 12형보다 빨랐다. 이번에 발사된 화성 14형은 2단 로켓으로 추정된다. 화성 14형이 화성 12형의 개량형이라는 분석도 있다. 엔진 추력 80tf(톤포스·80t 중량을 밀어 올릴 수 있는 힘)인 백두산 계열 엔진을 1단 로켓으로 사용한 화성 12형에 2단 로켓을 장착한 형태라는 것이다. 탄두 모양이 화성 12형과는 달라 전혀 다른 미사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화성 14형이 지난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10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였던 신형 ICBM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화성 14형을 실은 8축 이동식 발사대는 당시 공개된 발사대와 같다. 미사일은 원통형 발사대에 감춰져 있었다. 북한이 기존에 보유한 ICBM인 KN-08이나 KN-14일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형태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ICBM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필수적이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탄두가 대기권에 다시 들어올 때 발생하는 6000도 이상의 고열을 견뎌내는 기술이다. 북한이 일부 기술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직 안정적인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북한이 ICBM을 확보했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은 보다 강력한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거나 선제타격하는 것 외에는 별로 없다. 미국은 지난 5월 30일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북한 ICBM 공격에 대응한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 시험을 실시했다. 미국 일각에서 북한이 ICBM 기술을 완전히 확보하기 전에 타격해야 한다는 선제타격론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