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누구… ‘강단 있고 명예 중시’ 검찰개혁 추진력 주목

입력 2017-07-05 05:00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된 문무일 부산고검장이 4일 급히 상경해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문회를 통과하면 12년 만에 호남 출신 총장이 된다. 윤성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4명의 전·현직 검사 명단을 올린 지 하루 만인 4일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 부산고검장을 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수남 전 총장이 정부 출범과 함께 물러나면서 검찰총장 자리가 50여일간 공석인 점을 감안한 신속 행보다. 청와대가 당초 낙점해 뒀던 후보군에 문 후보자가 들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 후보자는 지명된 직후 “엄중한 시기에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부산에서 상경해 오후 6시24분쯤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했다.

문 후보자는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박상기(65·전남 무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법무부·검찰의 두 수장이 모두 호남 출신이다. 검찰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박균택(51·21기) 법무부 검찰국장 역시 광주가 고향이다.

문 후보자는 굵직한 특별수사 경력이 많은 특수통 검사로 분류된다. 전주지검 남원지청 검사로 근무하던 1994년 지존파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을 계기로 서울지검 특수부로 발탁됐다.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팀에 파견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구속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에는 BBK사건의 장본인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 사건,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 등을 맡았다. 서울서부지검장 재직 때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을 지휘했다. 2015년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재판에 넘겼다. 당시 수사 방향에 대해 정치권 등에서 의구심을 제기하자 “나는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여기까지 왔다. 영예롭게 끝낼 거다. 수사만 볼 뿐 정무적인 건 생각하지 않는다”고 취재진에게 토로하기도 했다.

문 후보자 지명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인사로 본다”고 평했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 변호사는 “겸손하되 강단 있고,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며 “될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엄격하고 깐깐한 업무 스타일로 후배 검사들의 호불호는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후보자는 지난 3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 21억4300여만원을 신고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12억원대(공시가격 기준) 아파트와 개포동에 부인 명의의 1억7000만원대 상가를 보유하고 있다. 가족 예금은 모두 7억8800만원가량 된다.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89년 5월∼92년 2월 육군 중위로 군 복무했다.

문 후보자는 청문회 문턱을 넘어 공식 임명장을 받게 되면 곧바로 대규모 검찰 인사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과 수사권 조정 등 검찰권 약화 방향으로 추진되는 개혁을 수장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숙제도 피할 수 없다. 문 후보자는 “검찰 개혁 논의가 이뤄져 온 경위와 발단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국민의 권익과 인권을 위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데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