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4명의 전·현직 검사 명단을 올린 지 하루 만인 4일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 부산고검장을 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수남 전 총장이 정부 출범과 함께 물러나면서 검찰총장 자리가 50여일간 공석인 점을 감안한 신속 행보다. 청와대가 당초 낙점해 뒀던 후보군에 문 후보자가 들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 후보자는 지명된 직후 “엄중한 시기에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부산에서 상경해 오후 6시24분쯤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했다.
문 후보자는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박상기(65·전남 무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법무부·검찰의 두 수장이 모두 호남 출신이다. 검찰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박균택(51·21기) 법무부 검찰국장 역시 광주가 고향이다.
문 후보자는 굵직한 특별수사 경력이 많은 특수통 검사로 분류된다. 전주지검 남원지청 검사로 근무하던 1994년 지존파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을 계기로 서울지검 특수부로 발탁됐다.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팀에 파견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구속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에는 BBK사건의 장본인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 사건,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 등을 맡았다. 서울서부지검장 재직 때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을 지휘했다. 2015년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재판에 넘겼다. 당시 수사 방향에 대해 정치권 등에서 의구심을 제기하자 “나는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여기까지 왔다. 영예롭게 끝낼 거다. 수사만 볼 뿐 정무적인 건 생각하지 않는다”고 취재진에게 토로하기도 했다.
문 후보자 지명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인사로 본다”고 평했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 변호사는 “겸손하되 강단 있고,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며 “될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엄격하고 깐깐한 업무 스타일로 후배 검사들의 호불호는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후보자는 지난 3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 21억4300여만원을 신고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12억원대(공시가격 기준) 아파트와 개포동에 부인 명의의 1억7000만원대 상가를 보유하고 있다. 가족 예금은 모두 7억8800만원가량 된다.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89년 5월∼92년 2월 육군 중위로 군 복무했다.
문 후보자는 청문회 문턱을 넘어 공식 임명장을 받게 되면 곧바로 대규모 검찰 인사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과 수사권 조정 등 검찰권 약화 방향으로 추진되는 개혁을 수장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숙제도 피할 수 없다. 문 후보자는 “검찰 개혁 논의가 이뤄져 온 경위와 발단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국민의 권익과 인권을 위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데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문무일 누구… ‘강단 있고 명예 중시’ 검찰개혁 추진력 주목
입력 2017-07-0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