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성공”… 문재인 대통령 “레드라인 넘지말라”

입력 2017-07-04 18:25 수정 2017-07-04 22:04
북한이 4일 오전 9시쯤(평양시간)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이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북한은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전 세계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오른쪽 사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동식 발사대에 장착된 화성 14형 미사일을 바라보는 모습(붉은색 점선).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4일 세계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레드라인(red line)을 넘어서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북한은 대북 제재·압박과 함께 대화의 문을 열어놓은 한·미 정상회담 사흘 만에 보란 듯 미사일 도발로 대응했다. 북한 미사일이 중장거리 미사일이 아닌 실제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ICBM으로 확인될 경우 한반도 안보정세는 다시 한 번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규탄과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사전 예고한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국방과학원 과학자, 기술자들이 새로 연구·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 14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방송은 “화성 14형은 4일 오전 9시(평양시간) 우리나라 서북부 지대에서 발사돼 예정된 비행 궤도를 따라 39분간 비행해 조선 동해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했다. 또 “시험발사는 최대 고각발사 체제로 진행됐다”며 “정점고도 2802㎞까지 상승해 933㎞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각 발사된 이번 미사일의 최고고도와 비행거리를 감안하면 30∼45도의 일반 각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는 8400∼1만㎞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화성 14형은 북한이 문 대통령 취임 나흘 만인 5월 14일 발사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을 개량한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5월 중순 발사한 IRBM보다 속도가 빠르고 높이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 독립기념일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미사일 발사를 감행해 도발 효과를 극대화했다. 동시에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한 상태에서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의도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부터 한 시간 동안 주재한 NSC에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북한 정권의 무모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정부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무책임한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 미사일이 ICBM급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며 “ICBM급일 경우 이에 맞춰 대응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이 한·미 정상이 합의한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북한이 계속 도발로 맞선다면 한·미 양국이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이 남자(this guy·김정은)는 자신의 삶에서 뭔가 좀 더 나은 일을 할 수 없느냐”고 비판했다.

권지혜 문동성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