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 이런 질문이 적혀 있다. “기독교 신앙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에 제한되는가.”
이 책은 여기에 아니라고 답하는 차원을 넘어 공적인 영역으로 복음을 확대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까지 펼쳐 보여준다. 반가운 책이다.
사실 한국교회의 주류인 보수 교단에서는 기독교적 사회윤리를 정립하는 데 성실하지 못했다. 교회의 윤리기준은 텅 비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빈 공간에 교회 바깥의 윤리 기준이나 이념이 마치 신앙인 양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한국전쟁을 전후해 공산주의 세력의 교회 탄압을 피해 월남해온 교회의 역사도 집단적 편견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일부 한국교회는 특정 정치세력·이념집단의 행동부대처럼 동원되는 차원으로 전락했다.
김근주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전임연구위원은 이 공백을 온전히 복음의 목소리로 채우기 위해 구약을 펼쳐 보여준다. 사소하게 넘겨온 구약의 여러 구절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하면서 때로는 파격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이 책은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한국교회에 대안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개인적 구속을 고백하는 복음주의 전통에 기반하면서도 사회적 윤리에 개혁적 대안을 내놓을 역량이 한국교회에 축적돼 있다는 걸 확인해준다. 이 또한 반가운 일이다.
한국 시민사회는 교회에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성직자 과세, 동성결혼 합법화, 생명복제, 연명치료와 안락사, 종교적 이유의 병역거부, 남북한 관계와 과거청산 등. 사안에 따라 기독교인 사이에서도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교회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는 점에는 더 이상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 책은 머리말에서부터 분명하게 답한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구속, 대속은 단순히 개인 차원이 아니다. 구속을 통해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제자 됨의 근본 차원이다. 하나님나라, 하나님의 통치를 구한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정의와 공의를 구하는 것이다.”(31쪽)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하나님의 통치 구한다는 것은 정의와 공의를 구하는 것”
입력 2017-07-0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