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문재인, 봤지?” 김정은 ‘마이웨이’… 속셈은?

입력 2017-07-04 18:02 수정 2017-07-04 21:06
북한은 4일 조선중앙방송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오전 9시 40분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김정은 노동당 국무위원이 참석했다. 뉴시스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을 기습 시험발사함으로써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미 양국이 어떤 대북정책을 취하든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계획대로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북한은 특히 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 4일)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미 관계는 물론 남북 관계 경색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화성 14형 발사시험은 지난 3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필 명령에 따라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시험 당일 평북 방현비행장을 직접 찾아 미사일 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시험발사 과정을 현지에서 몸소 관찰하고 그 빛나는 성공을 세계만방에 장엄히 선언하셨다”고 밝혔다.

이번 도발은 미국을 겨냥한 위협 메시지로 해석된다. 북한은 2006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로 북·미 갈등이 고조되자 그해 7월 4일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를 쏘아올린 적이 있다. 내부적으로는 김 위원장의 ‘핵·경제 병진 노선’이 성공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김 위원장이 발사 명령을 하달한 지난 3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9년 ‘전략로켓군’을 창설한 날이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이날을 ‘전략군절’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북한은 향후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능력을 얻었다’고 주장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북정책을 전환토록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화 협상을 전면 배격하고 미국과 동등한 ‘핵보유국’으로서 ‘핵군축 협상’에만 응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핵 불용’ 입장이 확고한 미국이 이런 억지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무기와 함께 세계 그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는 최강의 대륙간탄도로켓을 보유한 당당한 핵 강국”이라며 “미국의 핵전쟁 위협 공갈을 근원적으로 종식시키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믿음직하게 수호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날 화성 14형 발사 사실을 ‘특별중대보도’ 형식으로 당일 공개했다.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고강도 전략적 도발을 감행한 경우에만 특별중대보도를 해왔다. 보도문은 북한의 ‘간판 앵커’인 이춘희가 낭독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앞서 대남기구를 통해 한·미 정상회담을 맹렬히 비난했다.

노동당 외곽 기구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거론하며 “온갖 추태를 다 부리다 못해 미국의 승인 없이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느니, 대화를 해도 미국의 승인 하에서 하겠다느니 하고 떠들어댔으니 실로 개탄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