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검찰총장에 문무일 부산고검장을 지명하면서 검찰 개혁을 진두지휘할 라인업이 완성됐다. 청와대와 법무부 장관에는 외부 출신의 강성 전문직을 중용해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대신 검찰 수장 인선에는 내부 동요를 추스르는 안정 기조를 반영한 강·온 화합형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세트 인사’로 구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혁 일변도로 내달리기보다 검찰 조직을 추스르면서 자체 개혁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일찌감치 내정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전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이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을 먼저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것도 이런 이유다. 서울법대 학장과 교수를 오래 역임한 안 전 위원장은 검찰 생리에 정통하다. 검찰 내부에 제자도 많아 검찰 입장에서도 ‘말이 통하는’ 인사다.
하지만 안 전 후보자가 낙마하자 문 대통령은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던 박 후보자는 안 전 위원장에 비해 훨씬 강성 개혁파로 분류된다. 검찰 입장에서는 더욱 높은 개혁 파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문 고검장이 검찰총장으로 지명됐다. 현직 고검장을 발탁하면서 검찰 조직 안정화에 신경을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문 후보자는 지난해 진경준 전 검사장의 뇌물수수 사건으로 출범한 대검찰청 검찰개혁추진단에서 ‘바르고 효율적인 검찰제도 정립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는 등 개혁의지도 갖추고 있다. 부산고검장 재임 중에도 검찰 업무에 외부인사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시민친화형 제도를 만드는 데 힘을 써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의 적임자를 찾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문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검찰이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외부 인사의 지명도 고려했지만 현직 고검장인 문 후보자를 발탁, 검찰 내부의 안정과 자발적인 개혁 동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역시 외부 인사 영입이 고려됐던 법무부 차관 및 검찰국장에 검사를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법무부의 개혁 드라이브, 검찰 자정작용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전날 검찰총장을 서둘러 지명한 데에는 현실적인 문제도 반영됐다. 안 전 후보자의 낙마로 예상보다 라인업 구상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많은 재야 법조계 인사들이 장관 지명을 거부하면서 ‘장관+총장’ 세트 구상도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밖에 없었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가 가진 인재풀과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도 검토해야 했다”며 “더 이상 미뤘다가는 검찰 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강·온 화합형’ 검찰개혁 라인업…靑·법무 끌고, 檢은 ‘자발적 동참’
입력 2017-07-04 18:07 수정 2017-07-04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