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앞에서 “의원수 축소” 연설한 마크롱

입력 2017-07-05 05:02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에서 상·하원 의원을 모두 소집한 가운데 의원 수 감축 등 정치 개혁안을 밝히고 있다. 상·하원 합동연설은 그간 국가적 위기 상황이나 개헌 등 특별한 경우에만 시행돼 왔기 때문에 임기 첫 국정 연설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신화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의회 정원의 3분의 1을 줄이자고 제안하는 등 대대적인 정치 개혁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파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마크롱 대통령의 급진적 행보를 두고 제왕적 권력욕이 드러났다는 뒷말도 무성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베르사유궁에서 특별 시정연설을 갖고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당파 싸움과 욕망에 둘러싸인 정치권에 대해 인내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줬다”며 “프랑스는 완전히 새로운 길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대선 공약인 의원 수 감축을 제안하는 한편 비례대표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해 각 정당이 의회에서 공정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프랑스 의회는 상원 348석, 하원 577석으로 구성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내에 제도 변화가 추진되길 기대한다”며 “의회에서 표결하겠지만 만약 필요하다면 국민투표도 불사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의원의 범죄를 전담하는 특별법정인 공화국법정(CJR)도 없애겠다고 밝혔다. 또 “유럽연합(EU)은 관료주의로 지난 10년간 방향을 잃었다. 새 세대 지도자들이 EU를 일으켜야 한다”며 EU를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2015년 연쇄 테러 이후 설정된 국가비상사태도 올가을 해제하겠다고 언급했다.

상·하원 소집은 그간 국가적 위기 상황이나 개헌 등 특별한 경우에만 시행됐다. 임기 첫 국정 연설로는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이번 연설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돼 있다는 증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매체 더 로컬은 “이번 연설은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세심하게 짜여졌다”며 “야권에선 마크롱 대통령을 두고 고대 이집트 군주에 빗대 ‘파라오’ 혹은 ‘소년왕(boy-king)’이라는 조롱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극좌파인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등 3개 정당은 연설을 보이콧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