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지 않고 농지를 임대해주고 있는 수십만명의 농지 소유자가 임대료 수익에 대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져가는 불로소득은 땀 흘려 일한 임차농 소득의 3분의 1이나 된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짓는 농가는 58만4531곳이다. 임차농들은 매년 현금이나 쌀 등 현물로 임대료를 지불한다. 농지별로 차이가 있지만 현금을 내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다. 2015년 55.2%였던 임대료 현금 지급 비율은 지난해 58.0%로 2.8% 포인트 늘었다. 팍팍한 농촌경제가 현금 선호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모작 논의 경우 평균 생산소득의 31%를 임대료로 지불하고 있다. 쌀 생산 소득이 1000만원이라면 300만원을 땅주인이 가져가는 구조다.
농지 임대료는 소득세법 12조에서 정한 비과세 항목에 해당한다. 농업인의 절반 이상이 연평균 3000만원도 못 버는 현실 때문에 비과세로 분류했다. 국세청에서 농지 임대 세수가 ‘0원’인 이유다.
하지만 1996년 농지법 개정 이후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땅을 소유할 수 없도록 했다. 96년 이전 농지를 소유했거나 96년 이후 상속으로 농지를 받은 이들을 제외한 임대농들은 불법으로 농지를 임대하고 임대료 역시 탈루하고 있는 것이다. 농사를 직접 짓지 않으면서 쌀 소득보전직불금을 부당 수령하는 이들이 임대료 수익마저 덤으로 얻어가고 있는 셈이다.
농지만 갖고 있으면 쉽게 불로소득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고착돼 사회 전반의 빈부격차를 키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불법 임대농의 탈루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정부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농지를 임대했다 해도 수익은 기타소득으로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며 “하지만 농지 임대료는 ‘눈먼 돈’이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단독] 세금 사각지대 ‘농촌지주’… 농지 임대 준 주인, 세금 한푼도 안내
입력 2017-07-04 18:20 수정 2017-07-04 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