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기죽나… 재계약 때 추가 비용 2600만원 줄어

입력 2017-07-05 05:02

올 하반기 아파트 전세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전세가 자체는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상승폭이 둔화됐고, 재계약 비용도 2년 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건축·재개발 단지 위주로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국지적인 전세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3억67만원을 기록했다. 해당 조사가 시작된 2013년 4월 이후 최대치다. 중위가격은 전체 주택의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금액을 뜻한다.

가격 자체는 상승했지만 오름세는 주춤하다. 매년 6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2013년 1억9166만원, 2014년 2억1840만원, 2015년 2억5024만원, 2016년 2억8837만원으로 조사됐다. 2600만원 넘게 올랐던 2013∼2014년과 달리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1230만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국적으로 보면 안정세는 더 두드러진다. 올 상반기(1∼5월)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64% 상승했다. 2012년 상반기(0.39%) 이후 가장 낮은 오름폭이다. 전국 아파트 전세 계약 갱신 추가 비용도 지난해(4112만원)와 비교해 1413만원으로 2600여만원 줄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세 세입자는 재계약 비용으로 2년 전보다 8670만원을 올려줘야 했으나 올해 상반기의 경우 해당 비용이 3137만원에 그쳤다.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해진 이유는 공급 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9월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8% 증가한 10만7217가구에 달한다. 입주 시점이 다가오면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확보하기 위해 전세를 놓는 경우가 많아 전세 물량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시세 차익을 내는 ‘갭투자’가 성행하는 것도 전세 물량 상승을 이끌었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하반기 전세 재계약을 앞두거나 월세에서 전세로 갈아탈 임차인 입장에서는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재건축·재개발 단지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강남 4구를 중심으로 국지적인 전세난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올해 서울 지역에서 사업승인 이후 관리처분을 받았거나 앞둔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총 4만8921가구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이주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이달부터 6000가구에 달하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이주가 예정돼 있다. 자녀 교육과 직장, 교통 문제로 정비단지 근처 전셋집을 선호하는 수요가 몰리면 전세난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월세상한제 등 정부 정책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검토 중인 전월세상한제 도입 시기도 하반기 전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리가 오르거나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되면 갭투자가 유명무실화될 수 있으니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