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5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제청된 박정화(51·사법연수원 20기) 대법관 후보자가 4일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전관예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말해 지탄을 받았다. 사회적 병폐에 대한 미온적 인식이 국민적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그는 각계에서 제기된 사법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견해를 내보이지 못해 대법관 역할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낳았다.
박 후보자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으로부터 ‘전관예우에 관한 본인의 소신을 말해 달라’는 질의를 받고 “개인적으로는 26년간 법원에 근무하면서 전관예우가 있다고 생각을 안 한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 평생법관제 등이 채택된 상황을 소개한 뒤 “형사재판에서 지금 재판장과 연고관계가 있든지 하는 것은 전부 재배당해 결코 전관예우의 외관이 나타나지 않게끔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 답변 이후 청문위원들의 질의는 박 후보자의 전관예우 인식에 집중됐다. 본인의 경험에만 비춰 사회적 문제를 가벼이 보는 게 과연 대법관의 태도냐는 비판이었다.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각자의 전관예우 체험담을 근거로 들었다. 검사 출신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판사의 구속영장 발부를 기다리며 피의자를 데리고 있는데, 피의자가 외부에서 전화를 받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일반 변호사와 전관 변호사의 보석사건 수임, 심리불속행기각률 등을 비교한 수치를 제시하며 “국민은 전관예우 사실을 매일 접한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은 변호사인 박 후보자 남편의 소득이 연 5000만원가량인 점을 들어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1년에 10억원을 번다는데, 문제라 생각하지 않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달 26일 개헌특위가 사법행정 기구로 도입하자고 제안한 ‘사법평의회’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사법평의회는 들어봤는데 그 이상은 모르겠다” “글자만 알고 내용은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이에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기존의 남성 대법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성과는 거리가 먼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답변 중 “의원 여러분께서 좀 동의를 해 주셔야 한다”며 웃던 박 후보자는 “주제넘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판사 출신인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이 앞으로의 소신을 묻자 “여성 대법관은 김영란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이 계셨고 현직에도 두 분이 계시다”며 “손 의원이 보시기에는 아마 여성으로서 좀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의미가 담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제가 그런 점을 충분히 숙고해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고 답변을 맺었다가 잠시 후 “죄송하다. 주제넘었다”고 말했다.
이에 인사청문위원장인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은 “답변이 많이 잘못 나간 것 같다”고 촌평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박정화 “전관예우 없다” 발언에 여야없이 질타
입력 2017-07-04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