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총리가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61) 석방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측근조차 비판하고 나섰다.
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최근 선거 유세에서 수차례 류샤오보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외교부가 담당하는 일”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입장에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EU는 지난달 30일 중국이 말기 간암을 앓는 류샤오보를 석방하고 원하는 나라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뵈르게 브렌데 노르웨이 외교장관도 언급을 삼갔다. 브렌데 장관은 “외교부 성명 외에는 더 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고 답변을 꺼렸다. 미국과 EU 입장에 동의하는지 묻는 질문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외교부는 지난주 류샤오보의 암 투병 소식이 알려지자 “슬프다”며 “류샤오보와 가족들이 잘 이겨내길 바란다”는 형식적인 성명을 내보내 반발을 샀다.
노벨 평화상 시상국인 노르웨이가 중국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린다는 지적은 내각 내부에서마저 제기되고 있다. 노르웨이의 태도는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이 류샤오보를 받아들이고 치료를 돕겠다고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현지 아프턴포스턴에 따르면 자유당 소속 올라 엘베스투엔 의원은 “총리의 침묵에 큰 충격을 받았다. 분명한 입장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총리는 단순히 중국을 자극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한다”고 비판했다.
노르웨이는 중국과 관계가 다시 악화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중국의 외교 관계는 2010년 류샤오보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고 끊겼다. 노르웨이는 중국의 연어 수입 중단으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그러다가 외교장관과 총리가 각각 지난해 12월, 올해 4월 중국을 방문하면서 관계를 정상화했고 연어 수출 재개도 논의하고 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인권보다 연어… 노르웨이의 中 눈치보기
입력 2017-07-04 18:52 수정 2017-07-04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