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이날 오전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4형’이 최대고도 2802㎞까지 상승해 39분간 933㎞를 비행했으며 공해상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정은이 친필서명으로 발사를 명령했고 참관도 했다고 밝혔다. 북한 발표가 사실이라면 한반도 안보지형에 중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그간 미국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거나 ICBM 시험발사를 할 경우 선제타격을 비롯한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군사적 긴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성공했다고 주장한 ICBM은 미국 알래스카와 서부까지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핵탄두까지 탑재될 경우 미 행정부와 의회, 미국인이 느끼는 공포는 극대화될 것이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도발을 감행한 점으로 보면 김정은도 이를 노린 것 같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대화를 통해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밝힌 지 3일 만에 보란 듯이 쏘아 올렸다. 제재와 압박 국면을 대화로 전환시키려는 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북한 정권의 무모함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며 “정부는 무책임한 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중국도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입장을 즉각 내놨다. 따라서 유엔은 물론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느낀 미국이 나서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는 생각은 일단 접어두는 게 타당하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동결하면 대화와 협상을 갖고, 최종적으로 핵을 폐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2단계 접근법은 전제조건부터 성립되기 힘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문재인정부의 연이은 유화 제스처에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걷어차 버린 이상 우리도 달리 대응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화에 속도를 낸다면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대북 공조에 균열이 커질 것이다.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질주하고 있는 김정은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나쁜 행동에는 상응하는 벌이 따른다는 것’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우방과 함께 김정은의 광기를 꺾어놓을 수 있는 방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사설] 北, ICBM 성공 주장… 중대 위기에 처한 한반도 안보
입력 2017-07-04 17:55 수정 2017-07-04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