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4일 “(부적격 장관 후보자들 자진사퇴나 지명철회 요구에) 당력을 쏟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국회통과를 추진 중인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 같은 입장은 한국당의 기존 스탠스와 다른 것이다. 홍 대표가 대치 정국 해결의 물꼬를 열지, 한국당 내분만 초래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한국당 대표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 홍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청와대 전병헌 정무수석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연이어 만났다. 홍 대표는 전 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부적격자라도 임명할 수 있는 게 현행 제도”라며 “그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에) 과거 민주당이 했던 떼쓰기식으로 하지 말라고 했다”며 “부적절한 사람이라는 걸 국민들이 알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사람을 임명 강행하면 그것은 정부 책임”이라며 “부적절한 사람이 임명돼 펼치는 정책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추경안에 대해서도 “공무원 증원은 절대 불가”라며 “세금으로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그리스로 가는 것이다. 나라가 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추경 요건이 되면 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집권한 정부가 자신들이 정부조직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 해보라고 하라”며 “야당이 막는다는 건 별로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 수석은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협조해야 한다는 (홍 대표) 얘기에 정무수석으로서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홍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측근인 이종혁 전 의원을 임명했다. 이에 김태흠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핵심 측근을 최고위원에 앉히면 사당화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방명록에 ‘즐풍목우’(櫛風沐雨·바람에 머리를 빗고 비에 몸을 씻는다)라고 썼다. ‘온갖 고생을 다하며 일에 몰두한다’는 뜻이다.
글=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홍준표 “부적격자 낙마에 당력 쏟을 필요 없다”
입력 2017-07-04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