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부적격자 낙마에 당력 쏟을 필요 없다”

입력 2017-07-04 18:45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4일 오후 취임인사차 국회 민주당대표실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팔짱을 끼며 웃음을 짓고 있다. 추 대표는 대화 도중 “협치를 국민 앞에 약속한다는 의미에서 팔짱 한번 끼실까요”라고 제안했다. 홍 대표의 표정이 쑥스러워 보인다. 최종학 선임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4일 “(부적격 장관 후보자들 자진사퇴나 지명철회 요구에) 당력을 쏟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국회통과를 추진 중인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 같은 입장은 한국당의 기존 스탠스와 다른 것이다. 홍 대표가 대치 정국 해결의 물꼬를 열지, 한국당 내분만 초래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한국당 대표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 홍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청와대 전병헌 정무수석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연이어 만났다. 홍 대표는 전 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부적격자라도 임명할 수 있는 게 현행 제도”라며 “그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에) 과거 민주당이 했던 떼쓰기식으로 하지 말라고 했다”며 “부적절한 사람이라는 걸 국민들이 알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사람을 임명 강행하면 그것은 정부 책임”이라며 “부적절한 사람이 임명돼 펼치는 정책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추경안에 대해서도 “공무원 증원은 절대 불가”라며 “세금으로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그리스로 가는 것이다. 나라가 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추경 요건이 되면 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집권한 정부가 자신들이 정부조직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 해보라고 하라”며 “야당이 막는다는 건 별로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 수석은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협조해야 한다는 (홍 대표) 얘기에 정무수석으로서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홍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측근인 이종혁 전 의원을 임명했다. 이에 김태흠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핵심 측근을 최고위원에 앉히면 사당화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방명록에 ‘즐풍목우’(櫛風沐雨·바람에 머리를 빗고 비에 몸을 씻는다)라고 썼다. ‘온갖 고생을 다하며 일에 몰두한다’는 뜻이다.

글=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