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현대교회의 오적(五賊)’을 지목(국민일보 6월 29일자 35면)한 후 발생한 논란은 송 목사의 사과와 해명으로 일단락 된 듯합니다. 앞선 논란 과정에선 송 목사의 주장에 각각 찬성과 반대를 표하는 의견들이 난무했죠.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건 각계의 기독교인들이 각자 꼽은 한국교회의 오적을 SNS에 게재해 공감을 얻었다는 겁니다.
고려신학대학원 박영돈(조직신학) 교수는 오적으로 ‘교회 지도자들과 교인들의 부패’ ‘복음의 변질’ ‘양적 성장이라는 우상숭배’ ‘우상숭배의 전당으로서 성전 건축’ ‘교회 분열과 교회의 사유화’를 꼽았습니다. 박 교수는 “그 적은 바로 우리 모두 안에 도사리고 있다. 악한 자 나에게서 나를 구해달라는 어거스틴의 기도가 우리 모두에게 절실하다”고 당부했습니다.
CBS기독교방송의 권혁률 본부장은 ‘금권선거’ ‘제왕적으로 군림하는 목회자’ ‘교회의 주인처럼 생각하는 장로’ ‘기복적 맹신주의 신앙’ ‘건축지상주의’를 제시했습니다.
많은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들이 이에 동의했고, 그 중 몇 사람은 ‘항존직(장로·권사·집사) 부정선거’ ‘교회재산을 둘러싼 분쟁’ 등도 오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1905년 을사늑약 당시 나라를 팔아먹은 다섯 명의 대신을 ‘을사오적’이라 부릅니다. 김지하 시인은 1970년대 부정부패로 물든 대표적 권력층인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비판한 담시 ‘오적’을 발표해 큰 파장을 일으켰지요.
오적이라는 오명을 차지한 것은 항시 지도자라 불리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권력과 부에 취해 탐욕을 부렸고, 결국 그릇된 결과를 야기해 손가락질 받았습니다.
이번에 새로이 지목된 한국교회의 오적 역시 목회자나 장로 등 지도자들이거나 그들이 깊이 연루된 현상들입니다. 씁쓸한 점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교회의 개혁과제로 꼽혀왔던 사안들이 이번에 또 오적으로 지목됐다는 겁니다. 교회가 스스로 개혁하고 갱신하는 데 헌신하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한국교회는 종교개혁500주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수많은 교회와 교단, 교계단체는 수년 전부터 여기에 의미를 부여했고 올해는 갖가지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교회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본래의 영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많습니다. 교회 지도자들의 각성이 필요합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스스로 먼저 개혁해야 합니다. 그럴 때 오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삽화=이영은 기자
[미션 톡!] ‘내가 꼽은 한국교회 5적’ 글 잇달아
입력 2017-07-05 00:00 수정 2017-07-05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