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전(榮轉). 더 좋은 자리로 옮겨가는 걸 말한다.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문재인정부의 첫 금융위원장에 내정됐다. 수출입기업과 해외투자, 해외자원개발 등을 지원하는 수출입은행의 수장 자리도 결코 가볍지는 않지만 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으로 가는 만큼 영전이 맞을 것이다. 다만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다.
최 후보자 앞에는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 아직도 어두운 조선업 구조조정 같이 쉽사리 답을 찾을 수 없는 숙제가 놓여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은산분리 규제 완화도 난제다.
수출입은행 직원들도 최 후보자의 영전을 반기지만은 못하고 있다. 최 후보자는 지난 3월 6일 취임식을 하루 앞두고 노조위원장과 노조 대의원을 먼저 만날 정도로 직원과의 소통에 신경을 썼다. 때문에 일찍 떠나는 ‘좋은 리더’를 아쉬워한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수출입은행은 매년 6월과 12월에 정기인사를 한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부터 금융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면서 인사가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졌다. 그렇다고 최 후보자가 6월 정기인사를 하기도 쉽지 않다. 후임 행장과 손발을 맞출 사람들이라서다. 수출입은행에서는 해외사무소나 현지법인에 근무 중인 직원 등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인사만 할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에다 결정적 이유로 ‘리더십 부재’가 있다. 최 후보자는 서울보증보험 사장에서 수출입은행장으로 옮긴 지 석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은행 부총재, 수협은행장 등 여러 금융권 요직이 공석인 상황에서 중요한 자리 하나가 또 비게 됐다.
선장 없는 배는 난파한다. 정부 출범 55일 만에야 금융위원장이 정해졌다. 세간에서는 문재인정부의 ‘금융홀대론’도 솔솔 나온다. 더불어 수출입은행의 리더십 공백이 길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고개를 들고 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현장기자-홍석호] 행장 영전에도 못웃는 輸銀
입력 2017-07-04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