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날개’ 단 삼성, 왕좌 굳히기… 세계 최대 ‘평택라인’ 가동

입력 2017-07-05 05:01
권오현 부회장(오른쪽 세번째) 등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4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지에서 최첨단 4세대 3차원(64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V낸드’ 제품 출하식을 갖고 있다. 아래 사진은 항공 촬영한 평택 반도체 단지 전경. 삼성전자 제공

단일 생산 라인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본격 가동돼 최첨단 낸드플래시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이번 평택 공장 가동으로 경쟁 업체와 기술 격차를 벌려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4일 권오현 부회장 등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4세대 3차원(64단) V낸드 제품 출하식을 가졌다. V낸드는 저장공간인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쌓아 용량을 늘리는 기술이다. 같은 면적에 고층아파트를 지으면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64단 V낸드를 대규모로 양산하는 곳은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기술이 앞설수록 성능과 용량은 향상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 수 있어 유리하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35.4%로 2위 웨스턴디지털(17.9%), 도시바(16.5%) 등을 크게 제쳤다.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64단 V낸드 양산을 본격화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특히 클라우드, 증강현실(AR), 자율주행차 등에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전망은 밝다.

삼성전자는 평택 반도체 단지 증설 등 추가 투자를 통해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계획이다. 2021년까지 총 30조원을 투자해 평택 1라인 증설에 나선다. 화성사업장에도 6조원을 투입,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도입하는 등 미래 반도체 시장을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또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라인 추가 건설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삼성디스플레이도 충남 아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규 단지 인프라 건설을 검토 중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투자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2021년까지 생산유발효과 163조원, 44만명의 고용유발효과 등이 예상된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한편 출하식 행사는 조촐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2년 전 기공식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상황을 고려해 별도의 완공식 없이 출하 행사만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 호황에 힘입어 2분기 영업이익 13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 탈환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7일 2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