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뛰기를 할 때 도움닫기를 하려면 일단 뒤로 가야 하잖아요? (공백기는)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제주에서 ‘주부 생활’ 열심히 하면서 편안하게 지냈어요. 쉬다보니 어느 순간 노래가 하고 싶어지면서 후배들과의 경쟁도 다시 해보고 싶더군요.”
가수 이효리(38)는 4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는 그가 이날 공개한 6집 음반 ‘블랙(BLACK)’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블랙은 이효리가 2013년 5월 발표한 5집 이후 4년2개월 만에 내놓은 신보다.
음반에는 총 10곡이 담겼다. 이효리는 9곡의 노랫말을 직접 썼다. 작곡에 관여한 노래도 8곡이나 된다. 유명 작곡가 김도현과 공동 프로듀서까지 맡았다. 앨범에는 힙합 팝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가 혼재돼 있고, 가수 이적이 목소리를 보탠 노래도 실려 있다.
타이틀곡은 앨범명과 동명의 노래 ‘블랙’이다. 묵직한 드럼 소리 위에 오묘한 분위기의 이효리 목소리가 더해진 구성을 띠고 있다. 이효리는 “그동안 밝고 활발한 면만 부각됐지만 나 역시도 내면엔 어두운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음악에 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무대에 설 때는 멋진 옷을 입고 메이크업도 화려하게 하잖아요? 컬러풀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면서 살게 되죠.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화려한 모든 걸 걷어내면 난 어떤 모습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만든 노래가 블랙이에요.”
이효리는 2013년 9월 기타리스트 이상순(41)과 백년가약을 맺었고, 제주 애월읍에 있는 시골마을 소길리에 신혼집을 차렸다. 결혼 이후 조용하면서도 소박한 제주의 삶을 선택한 그의 행보는 큰 화제가 됐다. 온라인상에서 그는 ‘소길댁’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곤 한다.
이효리는 “TV에 한동안 안 나오니 동네 초등학생들은 나를 잘 모르더라. 요가를 열심히 해서인지 요가 선생님인지 안다. 시골 아줌마로 여기는 애들도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과거처럼 화사한 모습을 보여주려 해도 이제 나이가 들어 예쁘게 보이지 않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이번에는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자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음반에 실린 곡들이 어둡다고 여길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로서는 변신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어요. 끝까지 살아남는 아티스트가 되려면 계속 변신해야 하니까요. 저의 과도기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이효리 “나도 내면에 어두운 부분이… ‘블랙’에 그걸 담았다”
입력 2017-07-04 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