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가장 행복한 날 가장 끔찍한 일을 당했다. 결혼식 날 괴한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천신만고 끝에 결혼했지만 사랑하는 남편은 한 달이 안 돼 숨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좌절해 쓰러졌겠지만 그녀는 이겨냈다. 그리고 성폭행 가해자들을 용서했다. 하나님이 주신 기적 같은 사랑과 용기 덕분이었다.
영국 공영 BBC는 지난달 30일 아프리카 케냐의 테리 고방가(Terry Gobanga) 목사의 사연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테리 목사의 비극은 2005년초 결혼식 날 아침에 시작됐다. 몇 시간 뒤면 남편이 될 해리의 옷가지를 친구에게 전하려고 버스정류장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3명의 괴한들이 그녀를 낚아챘다. 그들은 차 안에서 번갈아 그녀를 욕보였다. 괴한 중 한 명은 저항하는 그녀를 칼로 찔렀다. 욕정을 채우자 그들은 움직이는 차 밖으로 그녀를 버렸다. 납치된 지 6시간 이상 지난 뒤였다. 테리 목사는 영안실로 실려갔다. 발견자들은 그녀가 죽은 줄 알았다고 했다. 그녀는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의사는 그러나 자궁을 칼로 찔렸다며 불임 판정을 내렸다.
해리는 그녀를 기다렸다. 테리 목사는 예정된 결혼식보다 7개월 늦은 그해 7월 해리와 결혼했다. 행복은 잠시였다. 사랑하는 남편 해리가 결혼 29일 만에 돌연사 했다. 주위에서 ‘남편을 죽인 여자’라거나 ‘저주 받은 여자’라고 수군댔다. 테리 목사는 하나님이 자신을 버렸다고 느꼈다. 철저하게 무너져 내렸다.
테리 목사는 지저귀는 새들을 보며 정신을 차렸다. ‘주여 저 새들은 돌보시면서 왜 저를 버리십니까’라고 기도하는 순간 아무리 낙심해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달았다.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하나님의 가르침을 들은 것이다.
역경을 이기자 기쁜 일이 생겼다. 테리 목사는 해리와 사별한 뒤 3년 만에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 토니 고방가를 만났다. 테리 목사는 프러포즈를 한 토니에게 자신이 임신할 수 없음을 알렸다. 토니는 “자녀가 생기면 하나님의 선물이겠죠”라며 “자녀가 없다 해도 자녀를 돌보는 시간만큼 당신을 더 사랑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테리 목사는 재혼 1년 만에 기적적으로 임신했다. 지금은 두 딸의 엄마가 됐다.
테리 목사는 최근 ‘어둠 속에서 기어 나오다’(Crawling out of Darkness)는 제목의 책을 냈다. 그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믿음으로 성폭행 가해자들을 용서했다”면서 “선으로 악과 맞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성폭행범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테리 목사는 성범죄 피해자를 돕는 기관을 세웠다. 그녀는 “나도 피해자인 만큼 다른 피해자들의 마음을 깊게 어루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어떤 역경에 부딪히더라도 굴하지 말고 울부짖어라”면서 “상황을 바꿀 수 있을 때까지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기 기자, 임희진 대학생 인턴기자 kitting@kmib.co.kr
케냐의 테리 고방가 목사 “날 성폭행한 그들을 용서합니다”
입력 2017-07-0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