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의 희귀한 야생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의 한 야산에서는 한라산이나 백두산 같은 고산지대에서만 분포하고 있는 ‘시로미’, 백두산 지역에서 자생하는 ‘백산차’ 등 이름조차 낯선 100여종의 희귀식물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희귀 변이종인 ‘흰진달래’ 3000여 그루도 서식 중이다. 국내 최대 규모다.
농업회사법인 ㈜흰진달래연구소 전길신(75) 고문은 이곳에서 18년째 희귀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전 고문은 2001년 우리꽃박람회에 연분홍진달래를 출품해 국무총리상을 받을 정도로 야생화에 조예가 깊다. 지난 2일 자택에서 만난 전 고문은 “사라져 가는 야생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널리 알리고 보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며 “산 전체를 흰색의 진달래로 물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전 고문은 아내 박은숙(69)씨와 함께 1999년 서울에서 음성으로 이사한 후 본격적으로 야생화 대량 증식에 나섰다. 그는 황무지에 가까웠던 야산을 희귀한 야생화가 자라는 ‘식물원’으로 조성했다. 보기 드문 황산참꽃, 삼지구엽초, 만병초, 산철쭉, 월귤, 들쭉나무 등도 이곳에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일반인 접근은 어렵다. 어렵게 증식한 만큼 보존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 고문은 흰진달래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1979년부터 전국을 돌며 흰진달래 씨앗을 채취하고 책을 보며 독학으로 번식 방법을 터득했다. 오랜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흰진달래의 싹을 틔우는 데 성공, 자택 뒷산 6만6115㎡에 3000여 그루의 흰진달래를 피워냈다.
흰진달래는 1970년대엔 전국 유명한 산에 군락을 지어 피었는데 그 희소성 때문에 마구 채취돼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흰진달래는 특정야생식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전 고문은 “흰진달래는 접목이 불가능해 씨를 뿌린 후 7∼8년 정도 지나야 산에 옮겨 심을 수 있다”며 “야생화 보존을 위해 일반에 서식지를 개방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음성=글·사진 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희귀 야생화 서식지 일군 전길신 흰진달래연구소 고문 “야생화의 아름다움·가치 보존하고 싶어”
입력 2017-07-04 20:33 수정 2017-07-04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