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P2P 금융회사인 A사는 홈페이지에 원금상환 연체 공지를 올렸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350여명에게 13억원을 투자받아 건축 사업자에 대출해줬다. 사업자는 서울 마포구에 주상복합 건물을 짓고 분양대금, 은행 담보대출 등을 받아 갚을 계획이라고 했다. 신촌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건물이 지어진다며 자금을 모았다. 그런데 A사가 상환일 직전에서야 ‘공사는 시작도 안 됐었다’고 공지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어떻게 10개월 동안 공사 진행상황을 한 번도 확인하지 않을 수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P2P 금융회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품을 중개하면서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 금융이란 돈이 필요한 사람이 중개업체를 통해 대출 액수나 사용처를 올리면 불특정 다수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서비스다.
부동산 PF는 건물이 완공됐을 때 수익을 담보로 공사대금을 빌려주기 때문에 투자 이후의 관리가 중요하다.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 중인지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자금을 빼는 등 원리금 상환이 연체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시중은행은 부동산 PF 대출을 하고 나서 수시로 공사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사업의 자금 흐름을 감시한다.
반면 P2P 금융회사 가운데 부동산 PF 상품에 투자받은 뒤 정작 공사 진행상황을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투자자는 만기상환일이 다 돼서야 공사 진행상황을 알게 된다. P2P 금융회사의 부동산 관련 대출은 일반은행과 비교해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느슨하게 평가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만큼 위험성이 높은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P2P 금융은 일반은행보다 소규모이기 때문에 부동산 PF 상품의 사후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P2P 금융회사의 부동산 PF 상품에 대한 금융 당국의 규제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말 기준 P2P 금융회사의 대출 잔액 가운데 45%가 부동산 PF에 쏠려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투자자 보호가 시급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아직 사후관리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P2P 금융 역시 상품시장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투자자는 부동산 PF 상품에 투자할 때 공사 진행상황 등을 공개하는 업체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환일 직전 ‘공사가 취소됐다’고 알렸던 A사 관계자는 “공사 현황을 꾸준히 확인했고 지난 4월 최종적으로 공사가 취소됐다는 걸 알았다”며 “그러나 차마 투자자들에게 미리 알릴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투자 상품의 현황을 매달 확인해 투자자에게 알리기로 회사 방침을 지난 2일 정했다”고 덧붙였다.
글=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350명 투자한 건물, 상환일 직전 “착공 못했다”…‘P2P 부동산PF’ 주의보
입력 2017-07-05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