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오전 8시 인도 콜카타 인근 다빠 쓰레기 하치장. 시궁창 주변으로 쓰레기가 널린 빈민가에 ‘인도어린이교육선교회(Good News Children Education Mission)’ 글씨가 적힌 노란색 버스가 들어섰다.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엄마와 아이 50여명이 몰려나왔다.
길거리 아동 돌보는 이동식 프로그램
머리에 흰 버짐이 군데군데 핀 6살짜리 남자 아이가 기아대책(기대)봉사단 소속 이은옥(51) 선교사에게 기도해 달라며 매달렸다. 분홍색 상의에 노란색 반바지는 검은색 땟국물로 얼룩져 있었다. 소년의 발등에는 상처에서 나온 진물이 흘러내렸다. 파리 대여섯 마리가 진물을 빨아먹으려 달라붙었다.
엄마는 소년의 상처를 가리키며 잘 낫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상하수도마저 없는 쓰레기장에 살면서 상처가 낫길 바란다니….’ 한숨부터 나왔다.
30명 정원인 노란색 버스는 몇 개 마을을 더 돌았다. 어린이가 금세 80명으로 불어났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숨이 턱 막혔지만 아이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국말 찬송을 불렀다. “예수님 찬양, 예수님 찬양, 예수님 찬양합시다.” 30분 만에 모바일스쿨이 운영되는 하티바간 감리교회에 도착했다. 1999년 공원에서 시작된 모바일스쿨에 감동한 현지 목회자는 이 선교사에게 교회를 흔쾌히 개방했다.
아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옷을 벗더니 수돗가로 달려갔다. 깨끗하게 몸을 씻고 파랑색 티셔츠에 흰색 반바지로 갈아입었다. 빈민가 아이들이 맞나 싶었다. 빵과 우유, 바나나가 간식으로 나왔다. 40㎡도 안 되는 공간에서 3개 분반공부가 시작됐다. 아이들을 씻기고 빵을 나눠주던 도우미가 영어, 수학, 인도어 교사로 변신했다. 이 선교사는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빈민가 어린이도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하나님의 선하시고 온전한 뜻을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를 통해 복음 접하는 엄마들
이날 오후엔 기아대책 겅가조라 아동개발프로그램(CDP) 센터를 방문했다. 콜카타 시내에서 16㎞ 떨어진 이곳은 상수도가 없어 연못의 물을 식수로 쓴다. 그렇다보니 모기가 많다.
2015년 세워진 센터는 주중엔 학교, 주말엔 교회건물로 활용된다. 학교의 강점은 수업을 영어로 한다는 것. 초등학교 저학년 80여명이 재학 중이다. 주민 대다수가 힌두교인이지만 도심에서도 찾기 힘든 교육을 하다 보니 인기가 높다. 성인 문맹률이 45%가 넘는 상황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면 도심에서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리샤(7)양은 수줍게 웃으며 “영어를 배워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트리샤양의 모친인 조인티 보슈(32·여)씨는 “학교가 워낙 좋다보니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1시간 넘게 걸어오는 집도 있다”면서 “이 학교를 통해 복음을 받아들인 집이 10가구나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의 영향력이 크다보니 동네 사람들이 힌두교 지도자보다 학교를 운영하는 목사님 말씀을 더 잘 듣는 것 같다”고 했다.
수업이 끝나고 학교 앞 공터에서 체육대회가 열렸다. 힌두교 마을에 세워진 십자가를 뒤로하고 학교 어린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논다. 교사들은 행사를 마칠 때 아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인도 전통 복장을 한 엄마 50여명 중 일부는 손을 모으거나 눈을 감았다. 인도 사회에서 크리스천은 차별과 냉대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한 가족의 삶을 바꾸는 CDP
인도 현지에서 CDP는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한 가족의 삶도 바꾸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디바 몬돌(17)양의 집이다. 기아대책을 만나기 전 그의 집은 시각장애인 부친 둘랄 몬돌(43)이 구걸해서 벌어오는 돈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갔다. 모친인 레카 몬돌은 “집안 형편상 4명의 끼니도 잇기 힘든 상황에서 딸이 다스빠라학교에 갈 수 있었던 것은 기아대책 덕분”이라고 말했다. 몬돌양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면 시장에서 동냥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간호사가 돼 선교병원에서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고 싶다”고 말했다. 기아대책은 조만간 5000달러를 투입해 비가 새는 그의 집도 개조해 줄 예정이다.
슈지트라 숄다(42·여)씨도 마찬가지다. 숄다씨는 “다스빠라학교에서 공부하게 된 막내딸을 통해 예수를 만났고 예수의 영이 우리 집을 바꿔놓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장남 시브나 숄다(22)씨는 대학원 석사과정, 차남 꼬몰(19)씨는 대학 회계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다. 막내 수프리아(16)양은 “내가 다스빠라학교에 다니면서 우리집은 더 이상 힌두신을 섬기지 않는다. 예수의 영이 우리 가정과 엄마에게 복을 줬다”면서 “처음엔 예수 믿는다고 동네에서 핍박도 받았지만 지금은 땅도 사고 집도 새로 지으니 다들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영·혼·육 돌보는 전인적 사역의 중요성 절감”
현지 방문 동행 목회자들 감동
4일간 인도 다스빠라와 고빈도풀, 겅가조라, 고울더허 기아대책 아동개발센터를 둘러본 대형교회 목회자 3명의 감동은 남달랐다. 이영환 대전 한밭제일교회 목사는 “기대봉사단이 굶주린 인도의 빈민가 어린이들에게 빵을 먹이면서 복음을 전하는 모습에 영·혼·육을 돌보는 전인적인 사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기대봉사단이 세운 학교는 힌두교인이 다수인 지역사회에서 절대적 역할을 하고 있었다”면서 “부모가 힌두교나 이슬람교 신도라 할지라도 자식을 위해 기독교 학교에 보내는 걸 보니 자식사랑의 마음은 한국이나 인도나 같았다. 그게 바로 인지상정”이라며 웃었다.
그는 “집약적 선교, 교육을 통한 선교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했다”면서 “선교사가 돌보는 수천명의 인도 아이들에게 여호와의 영, 지혜와 지식의 성령이 임하면 훗날 인도가 변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용걸 서울 신천교회 목사도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절망적인 아이들을 데려다가 일일이 목욕을 시킨 뒤 알파벳과 숫자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면서 “아이들의 생활환경이 6·25전쟁 무렵의 한국과 다름없어 60여년 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구호물자와 함께 복음도 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예수님이 먹이고 가르치시고 고쳐 주셨듯이 지역의 아이들을 싸매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감동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사역현장을 보니 설교 10편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희생이 없는 섬김, 말로만 하는 복음전파를 극복하려면 이런 사역의 현장으로 성도들을 데리고 와 직접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낙중 서울 해오름교회 목사는 “건강한 교회는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예배, 교육, 섬김, 전도라는 요소가 균형감 있게 뒷받침 돼야 한다”면서 “복음 말고는 세상에 소망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교회건축이든 선교든 구제든 주님의 눈으로 본질을 붙들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콜카타(인도)=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쓰레기 더미에 묻힌 아이들 희망을 캐내는 ‘모바일스쿨’… 인도 빈민 교육현장을 가다
입력 2017-07-05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