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한국 조선 ‘해일’ 뚫고 다시 뱃고동… 선박수주 1위 탈환 눈앞

입력 2017-07-04 05:03

지난해 극심한 수주 기근과 구조조정 등으로 험로를 걸어온 국내 조선업계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올 상반기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에서 1위 중국과의 격차를 크게 좁혀 5년 만에 선두 탈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3일 글로벌 조선해운 조사기관 ‘클락슨’ 집계를 보면 올해 1∼6월 국내 조선소의 수주량은 79척, 28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 1년간 수주량(71척·221만3625CGT)을 훌쩍 넘겼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358척, 924만CGT로 한국이 CGT 기준 30.6%를 차지하며 중국(31.4%)을 0.8% 포인트 차이로 추격했다. 중국은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은 134척, 290만3000CGT를 수주한 상태다.

한국은 지난달 28일 기준 클락슨 집계로 올해 누적 점유율이 34%까지 오르며 한때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9일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일본 MOL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척을 수주하면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클락슨 집계는 수주 실적이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일부 누락되기도 한다. 국내 조선 3사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수주한 물량은 94척으로 현재 클락슨 집계보다 15척 많다. 이 때문에 조만간 공식 통계가 발표되면 국가별 점유율과 순위에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

한국이 지난달 말 일시적이나마 세계 선박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주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6년 만에 처음이었다. 2011년 한국은 세계 선박 발주량의 40.5%를 수주하며 중국(34.7%)을 5.8% 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랐었다. 2012년부터는 수주난이 본격화하면서 점유율이 해마다 뚝뚝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17.8%까지 내려갔다. 세계 선박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이래 처음으로 점유율 20%선마저 무너진 것이었다.

지난해 유례없는 수주 가뭄에 허리띠를 졸라맸던 한국 조선업계는 올 들어 빠르게 수주량을 회복하고 있다. 기존 일감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데 새로운 일감은 들어오지 않는 ‘수주 절벽’에 직면한 업체들이 필사적으로 수주 경쟁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부문 3사는 올 상반기 국내 조선업계 수주 대부분인 72척을 따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량 13척의 5.5배다. 계약 금액은 42억 달러로 올해 연간 수주 목표 75억 달러의 56%를 채웠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각자 자구안을 이행하며 꾸준히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STX조선해양도 기나긴 법정관리를 마무리하고 정상 영업에 들어가게 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주한 일감은 내년부터 반영되기 때문에 당장 사정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