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의 내부 쇄신은 요원한 것인가. 승부조작, 도박 등 각종 비리에 연루돼 신뢰도를 상실한 프로야구계가 관중 800만 시대에도 불구하고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단 수뇌부와 심판이 금품을 주고 받은 사실이 드러난데다 선수들이 여전히 승부조작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비록 심판에 금품을 제공한 두산 베어스 김승영 사장이 사퇴했지만 낮은 윤리의식, 고질적인 ‘내부자 감싸기’ 문화가 근절되지 않는 한 프로야구계의 비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최근 프로야구 선수들을 매수해 승부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포항과 대구 조직폭력배 두 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2014년 5월 프로야구 경기에서 거액의 도박 배당을 챙기기 위해 일부 선수에게 3000만원을 제안, 승부조작을 시도했다. 이미 지난해 7월 NC 다이노스 이태양과 넥센 문우람이 승부조작으로 영구제명됐고 2012년에도 LG 트윈스 투수 박현준·김성현이 승부조작을 대가로 브로커에게서 금품을 챙겼다.
승부조작 외에도 지난해 1월에는 당시 삼성 라이온즈 소속 안지만과 임창용이 해외 원정도박에 연루됐다.
지난 2일 밝혀진 김승영 사장의 심판 금품 제공의 여파도 이어지고 있다. 두산에 이어 넥센 히어로즈 고위인사도 과거 같은 심판 최모씨로부터 돈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으로 3일 밝혀졌다. 넥센은 다만 부탁만 받았을 뿐 돈을 송금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김 사장은 이날 금품 제공 물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 사장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돈을 빌려줬지만 대표로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고, 팬들께 걱정을 드렸다”며 사표를 제출했다고 두산측은 설명했다. 신임 대표이사에는 전풍(62) 한컴 사장이 내정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프로야구계를 둘러싼 척박한 환경과 일반인에 비해 윤리의식이 턱없이 낮은 문제로 인해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고액연봉 체제가 가속화되는 와중에 선수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현실, 한 다리 건너면 선후배로 연결되는 끈끈한 연고주의가 이 같은 비리를 싹트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승부조작의 경우 주로 저연봉의 어린 선수들이 폭력배와 연계된 브로커의 타깃이 되고 있다 . 억대연봉자가 쏟아지는 현실의 그늘진 단면이며 프로야구계가 배금주의에 깊이 물들어 있다는 반증이다.
희박한 윤리의식은 심각한 실정이다. 두산 김 사장은 전날 금품 제공은 시인하면서도 개인적인 돈 거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야구규약 제155조 ‘금전 거래 등 금지’ 조항을 보면 “리그 관계자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돼 있다.
정희준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는 “프로야구의 자정 능력이 떨어진 것 같다. 리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도박으로 중징계를 받은 한 선수는 사석에서 “내 돈으로 도박을 했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았는데 왜 벌을 받아야 하느냐”고 항변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선수들이 도덕심이나 공사 구분 등 각종 윤리의식에 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어 불법행위에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KBO나 구단 차원에서 선수들에게 경각심도 주고 윤리교육을 꾸준히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규엽 이상헌 기자 hirte@kmib.co.kr
프로야구, 뿌리째 썩어간다…‘심판에 금품’ 이어 또 ‘승부조작’
입력 2017-07-03 19:00 수정 2017-07-03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