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 예수님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했습니다. 만약 예수님이 지금 오셔서 어머니들은 교회에서 밥 짓고 청소만 하고 아버지들은 정책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신다면 마음이 어떠실까요.”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 출석하는 30대 김한나(가명)씨는 여성으로서 느껴야 했던 교회 문화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털어놓았다. 참석자들은 김씨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회 여성활동단체협의회가 지난달 27일 주교좌성당에서 주최한 ‘여성활동단체 정책토론회’ 모습이다. 성공회 신부와 교인 60여명은 여성이 교회에 기여할 올바른 방법을 찾기 위해 2008년부터 10번째 모임을 가졌다.
김씨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교회 문화 속에서 여성이 바른 자리를 찾도록 성공회가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 예산·의사 결정을 아버지들이 한다면 식당 봉사와 청소 꽃꽂이 등은 어머니들의 몫”이라며 “많은 어머니가 식당 봉사가 있기 일주일 전부터 메뉴를 고민하느라 고생한다면 아버지들은 교회를 (사교)클럽처럼 다닌다”고 꼬집었다.
오동균(대전교구 복대동교회) 신부는 “성공회 구성원 과반수(60∼70%)가 여성임을 생각하면 여성의 의사결정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수님께서 ‘가라, 가서 밥해라’고 명령한 적은 없다”며 “예수님은 복음을 전하라고 우리를 보냈기에 여성 역시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회 의사결정 상위기구인 전국상임위원회나 각 교구 상임위원회에 여성 참여가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가 2012년 1500명의 여성 신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젊은 세대 교회여성 의식조사 보고서’에서도 여성들이 교회에서 주로 참가하는 활동은 성가대(19.8%) 식당봉사(13.3%) 유치·유년부 교사(12.5%) 등 순이었다. 반면 교회 내 의사결정을 하는 각종 회의 참석(2.1%)이나 지방·전국연합회 활동(2.1%)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43.2%는 “교회 내 의사 결정을 여성보다 남자들이 많이 한다”고 답했고 33.6%는 “여성 할당제로 여성 지도자를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회 내 의사결정기구에서 여성 참여 확대는 세계적 추세다. 민숙희 성공회 양성평등국장은 “지난해 세계성공회협의회(ACC)는 여성이 교회공동체 안에서 은사와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고쳐나가야 한다고 결의했다”며 “성공회 내 모든 예산 집행 때 양성평등을 위한 예산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택희 여성활동단체협의회 회장은 “성공회 어머니들이 모인 협의회가 여성 인권만 주장하는 단체인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다”며 “협의회는 남성 위주인 교회의 권위적 전통에서 벗어나 양성 평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동우 구자창 이현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식당 봉사·청소·꽃꽂이, 여성 몫이 아닙니다”
입력 2017-07-0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