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상 최강이라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2일 도쿄도의원 선거 참패로 중상(重傷)을 입었다. 아베 총리는 선거 결과를 “정권이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엄중한 비판”으로 받아들이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는 “아베 총리가 부른 결과”라며 ‘아베의 강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조짐이다. ‘아베 1강’ 체제에서 숨죽이고 있던 잠룡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대 최저 의석(23석)이라는 기록적인 참패가 확정된 3일 아베 총리는 “매우 엄격한 도쿄 도민의 심판이 내려졌다. 자민당에 대한 질타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밤 아소 다로(77)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아마리 아키라 전 경제재정상과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아베 총리가 수습책으로 당장 내놓을 만한 카드는 개각과 당직 개편이다. 자주 설화(舌禍)를 부른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 등 장관 여럿을 교체해 이미지 쇄신을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총리의 구심력이 떨어진 상황에선 개각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회의론도 나온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내각 지지율이 60%를 넘을 때만 해도 “포스트 아베는 (다시) 아베”라는 말이 나왔고,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3연임이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하루 만에 상황은 알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억눌려 왔던 총리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차기를 노리는 잠룡들도 움직일 조짐이다.
‘포스트 아베’로는 기시다 후미오(60) 외무상과 이시바 시게루(60) 전 지방창생상이 우선 꼽힌다. 둘 다 당내에서 아베 총리와 거리를 둬온 인물이다. 기시다 장관은 현 내각의 일원이지만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헌법 개정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아베 시대도 언젠가는 끝난다”고 수차례 말하면서 차기 대권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시바 전 장관은 당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반(反)아베’ 인사다.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이 불거졌을 때 “아키에 여사를 국회로 불러야 한다”고 말하는 등 아베 총리의 신경을 자주 건드렸다.
두 사람 외에 최근 당내 파벌 통합으로 두 번째로 큰 파벌을 이끌게 된 아소 부총리, 거물 여성 정치인인 노다 세이코(57) 전 총무회장도 내년 총재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고이케 유리코(65) 도쿄도지사는 자민당 밖의 인물이지만 이번 선거 압승으로 차기 총리 도전 가능성이 커졌다. 추후 신당을 만들어 야권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고이케 지사는 이날 “지사직에 전념하겠다”며 신생 지역정당인 도민퍼스트회 대표에서 물러났다. 총리 후보로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정이 없다”며 일단 부인했다. 향후 자민당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국 차원의 신당 창당 등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1강 독주’ 무너지자… 꿈틀대는 ‘포스트 아베’ 주자들
입력 2017-07-0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