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교단장들 ‘한교총 창립총회’ 적극 추진 이유는… 지금 출범해야 9월 교단 총회서 인준 받아

입력 2017-07-04 00:01
이종승(예장대신) 총회장이 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한국교회교단장회의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훈(기하성 여의도순복음) 유관재(기침) 이종승 총회장, 전명구 기감 감독회장, 최칠용 예장합신 총회장.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들이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실질적 창립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현직 교단장 중심으로 새로운 연합기관을 창립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교단장들은 지난 1월 한교총(가칭)을 출범시켰지만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압박하려는 의도여서 실제적으로 운영하진 않았다.

한기총과 한교연 없이도 간다

교단장들은 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된 한국교회교단장회의에서 한교총 창립총회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들고 나왔다. 한국교회 연합의 발목을 잡는 한기총 내 이단세력과 한교연 기득권층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서울 정동제일감리교회에서 한교총 출범예배를 드렸던 교단장들은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기총과 한교연을 아우르는 하나 된 기구를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이단’과 ‘기득권’이라는 장벽에 부딪히면서 노선을 변경했다.

전명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은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한기총과 한교연이 하나 되는 것이었지만 지난 6개월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확인했다”면서 “한국교회 내 건강한 모든 교단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한교총을 출범하자”고 말했다. 전 감독은 “한기총과 한교연의 법인문제만 남겨두고 한교총을 창립한 뒤 동성애 대책 등 사업부터 추진하자”고 말했다.

유관재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장도 “그동안 물밑접촉을 꾸준히 해왔지만 기득권을 놓지 않는 한교연에는 통합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각 교단의 입장을 잘 조율해 창립총회부터 하고 사업을 추진하자”고 조언했다.

9월 교단 총회 전 창립 의지 확고

주요 교단장들의 한교총 창립 의지는 확고하다. 이들은 지난 1일 사전 모임을 갖고 오는 17일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서 한교총 창립총회를 개최하자고 합의까지 했다.

교단장들이 창립총회 날짜까지 못 박았던 것은 오는 9월 총회를 앞두고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9월 총회에서 한교총을 인준 받으려면 각 교단 임원회와 실행위원회라는 사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총회 후엔 교단 지도부가 대거 교체돼 연합 논의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창립총회 일정은 다소 유동적이다. 주요 교단 중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여의도순복음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한교총 창립에 적극 동의하면서도 속도조절을 당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훈 기하성 여의도순복음 총회장은 “한기총이 역사성과 정통성을 갖고 있는 단체인데, 자칫하면 이단에 넘어갈 우려가 있다”면서 “임시총회를 통한 회생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한교총 창립을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제안했다. 예장통합 측도 “한기총과 한교연이 한국교회 하나 됨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교총 창립 시기를 조금 늦추는 건 어떻겠느냐”고 타진했다.

한편 한교연은 지난 1일 ‘한국교회 분열 야기하는 한교총 출범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교총 출범은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열망해 온 1000만 성도들의 성원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하고 독단적인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글=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