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주 이스트랜싱 시청은 지난 4월 이 도시에 거주하는 농장주 스티븐 테니스씨에게 농산물 판매금지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테니스씨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성경적 결합”이라는 글을 공공연하게 올렸다는 것이다. 시당국은 “이는 2015년 동성간 결혼은 연방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자유에 합치한다는 결정에 반하는 것”이라며 판매금지 처분을 내렸다.
지금까지 미국에선 동성애자에게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 것이 ‘차별’이라며 제재를 가한 사례는 있지만, 단순한 동성결혼 반대 발언을 빌미 삼아 당사자의 상업적 거래를 금지한 경우는 없었다.
테니스씨는 즉각 법원에 농산물거래 금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미국 동성애 합법화 운동의 ‘대부(代父)’격인 팀 길이 개입하고 나섰다. 길은 시당국을 두둔하며 “종교적 이유로 동성애를 저지하는 사람들을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이스트랜싱시의 행정처분은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 대한 정당한 행위”라고 밝혔다.
길은 1980년대 중반 소프트웨어기업인 쿼크사를 설립해 억만장자 대열에 오른 게이로, 미국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운동의 강력한 재정 후원자다. LGBT를 옹호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무려 4억2200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는 지난달 30일 이스트랜싱 시당국의 행정처분을 보도하면서 동성애 옹호자들이 ‘전혀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동성결혼 합법화, 동성애자 차별금지 법제화 등에 ‘올인’했던 이들이 2015년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동성애 반대자에 대한 응징·보복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LGBT 운동가들이 겨냥하고 있는 주요 타깃은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테네시 버지니아 등 미국 남부 벨트다. 주민 대다수가 복음주의 기독교도인 이들 주는 종교적인 이유로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동성결혼 반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곳들이다. 대표적인 시도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화장실법’ 제정을 무산시키기 위한 법적 소송이었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출생증명서 상 성별에 따라야 한다는 이 법 취지가 ‘차별과 편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길은 2012년 미국 예일대학에서 강연에 나섰다가 한 대학생이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어떻게 바뀔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50년 전만해도 우리 편이 아무도 없었지만, 미래엔 모든 사람이 우리 친구가 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미국에선 이미 동성애를 반대하는 일반인들이 법적·정치적·행정적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미국 오리건 주의 한 제과점 주인은 동성애자들의 결혼케이크 판매 요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주정부로부터 13만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는 등 유사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비영리기구인 가족연구협의회(Family Research Council)에 따르면 이런 제재가 지난 3년간 76%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길원평 대표(부산대 교수)는 “힘이 약할 땐 불쌍한 모드로 동정을 유발하다 힘이 강해지면 탄압모드로 돌변하는 게 LGBT운동가들의 전략”이라며 “결국 우리도 동성애 차별 금지법이 만들어지면 미국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美 당국, 동성결혼 반대 글 올렸다고 행정 제재… 크리스천포스트 분석 보도
입력 2017-07-04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