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김기춘 징역 7년·조윤선 6년 구형

입력 2017-07-04 05:02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리스트에 오른 개인·단체에 정부보조금을 부당하게 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78) 전 비서실장에게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는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은 최후진술에서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특검팀은 “이들은 헌법이 수호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고, 네 편과 내 편을 갈라 나라를 분열시켰다”고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 전 실장을 ‘법마’(法魔·법을 이용하는 악마)라고 칭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3일 열린 블랙리스트 결심 공판에서 특검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에게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으려 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김상률(57) 전 교육문화수석과 김소영 전 청와대 문체비서관에게는 각각 징역 6년과 3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피고인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에 동조해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을 내치고 국민의 입을 막는 데 앞장섰다”며 “국가와 국민에게 끼친 해악이 너무나 분명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은 약 11시간 이어졌다. 김 전 실장은 최후진술에서 “문체부 공무원에게 사직을 강요한 적도, 블랙리스트 명단을 만들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혐의를 재차 부인하며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은 특검 조사 때 처음 봤고 국회에서 위증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부가 옥석을 잘 가려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지혜로운 판결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최후진술 도중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탄핵 당한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거친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책임은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며 그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하는 특검 측 주장은 참기 힘들다”며 흐느꼈다.

특검은 이날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도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을 인정·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이같이 구형했다. 이들 7명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27일 내려질 예정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