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FTA로 적자 배 이상” 文대통령 “실무협의 하면 돼”… 靑, 대화 공개

입력 2017-07-04 05:02



청와대가 3일 이례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정상 간 대화를 일부 공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미국의 일방적 주장이 확대 재생산되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시작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허심탄회한 대화의 끝은 “이번 기회에 친구가 된 것에 참 감사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두 정상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단독·확대정상회담을 잇달아 개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리에 앉자마자 “오늘은 두 가지 얘기를 하겠다. 그것은 북한 문제와 무역 문제”라며 “북한 문제는 이미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고, 무역 문제는 양국 간 공정한 무역협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철강 분야를 예로 들면서 한·미 FTA 발효 후 미국의 대한국 적자가 배가 넘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FTA는 양국 간 호혜적이다. 문제가 있다면 실무 협의를 해나가면 된다”고 반박했다. 초반부터 회의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교대로 무역 불균형에 대한 맹공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그는 “새 정부는 원자력·석탄 화력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로의 에너지 정책 전환을 천명했다”며 “미국이 좋은 조건만 갖추면 필요한 LNG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FTA 규정 점검을 위한 양국 공동 조사단 구성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비 얘기도 꺼냈다. 무역 적자를 보고 있는데 막대한 주둔비까지 부담하고 있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안보 비용,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기간 중 ‘무임승차론’을 말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높은 국방비용을 지출하는 동맹국 중 하나다.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이고, 주한미군 주둔 부지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무려 450만평에 달하는 평택 기지의 소요비용 100억 달러를 전액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고 맞섰다.

양국 참모진까지 참여해 허심탄회한 토론을 벌이고 난 뒤 분위기가 전환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상호 호혜성을 상당히 좋아한다. 이번에 문 대통령과 친구가 돼 참 감사하다”며 “더 많은 성공을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한국은 지금까지 세상에서 둘도 없는 미국의 안보동맹이었다. 이제 경제동맹으로까지 발전시키자”며 “한·미 FTA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돼 자부심과 애착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곤 트럼프 내외에게 연말 방한을 초청했다.

회담은 훈훈하게 마무리됐지만 이후 미국은 FTA 등 회담 발언을 선별적으로 언론에 흘리고 일방적인 주장을 앞세웠다. 청와대의 발언 공개는 이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하다.

글=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