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프랑스 여성 정치인 시몬 베이유(사진)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겁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국장(國葬)으로 치러지는 베이유의 장례식을 앞두고 프랑스의 대표 위인들이 묻힌 ‘팡테옹’에 안장하라는 청원 운동까지 시작됐다. 청원은 시작된 지 이틀 만에 30만명 가까운 사람이 지지를 나타냈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베이유의 팡테옹 안장 문제와 관련해 “유족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유족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팡테옹 안장자 선정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프랑스 대통령에게 있다.
장례식을 주재할 예정인 마크롱 대통령은 평소에도 베이유를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아왔다. 그는 베이유의 타계 소식에 “우리는 그에게서 프랑스가 성취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인물을 봤다”고 애도했다.
베이유의 삶은 여성 인권과 유럽 통합에 대한 헌신으로 요약된다. 1927년 프랑스 남부 니스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베이유는 44년 가족과 함께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 부모와 오빠를 모두 잃고 간신히 살아남았다. 이후 프랑스 국립사법학교를 졸업한 뒤 법관으로 활동하며 여성과 수감자 인권 향상에 헌신한 페미니스트 인권 법률가로 이름을 떨쳤다.
정계에 입문한 뒤에는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의 중도파 내각에서 보건장관을 역임하며 여성 보호를 위한 낙태 합법화를 주도했다. 나치 수용소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유럽 통합론자가 됐다고 회고했던 베이유는 79년부터 3년간 초대 유럽의회 선출직 의장으로 활동하며 통합을 통한 유럽의 평화 정착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인권 헌신’ 佛 여성 정치인 추모 열기
입력 2017-07-03 18:48